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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지러너 Feb 08. 2023

본질적 가치

러너스 하이

#그자체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린다고 하면 주위 반응이 '대단하다, 부지런하다, 어떻게 그걸 하냐?' 등등 본인은 절대 못한다의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나이 많은 어르신, 회사 안에서는 임원들, 그리고 뭔가를 해내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가진 사람들 (고시 준비생이나 수험생 같은)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 일 없는 일상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 달린다는 건 흔치 않은 경우 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사실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달리는 이유를 나름 찾고 주위에 설명하면서 내가 느낀 효용을 전달하고 이 좋은 일을 많은 사람들이 해봤으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선물로 받은 책 <철학자와 달리기>의 서문을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달리기의 도구적 가치에 대해서만 생각하던 내게 달리기 그 자체가 가진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달리기는 자고로 힘든 것이다. 달리면서 땀 흘리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숨을 헐떡이는 것이 고통스러운 쪽에 가깝다면 가깝지,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쪽에 가까운 건 아니니까. 이런 이유로 달리기라는 것은 그저 '살을 빼거나 건강해지거나 혹은 나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서 또는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예전 사람들은 수렵을 위해서' 같은 도구적 가치가 우선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늘어난 러너 인친님들의 러닝 피드를 볼 때면 그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긴 하지만 달리기 자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보단 고통스러운 표정을 더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쉬운 달리기가 어딨니


나도 사실 여러 번의 마라톤 대회를 나가고, 5년 여의 시간 동안 달리기를 해오며 달리는 순간 자체를 즐기려는 노력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달리기 시작 전에는 항상 달리는 순간을 만끽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하지만 달리다 보면 높아지는 심박수 거칠어지는 호흡에 지배당해 즐기자는 마음을 내버리고 빨리 달리기가 끝나기만을 바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는 것 같다.


달리기 자체가 행복한 일이 될 수는 없을까 고민도 많이 해봤고 사점을 넘어 달리기가 지속되었을 때 알 수 없는 행복감 (러너스하이)을 경험해 보기도 한 것 같다. 첫 풀코스 마라톤 완주 이후에 2주 만에 다시 풀 마라톤을 뛰던 날 온몸이 말을 듣지 않고 분명히 완주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달릴 수 있는 데 까지 달리되 행복하게 달리자'였고 그때부터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립싱크로 따라 부르며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달렸다. 속도는 계속 쳐지고 있었지만, 반환점을 먼저 돌아오는 러너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에 대비해 나는 그 어느 러너보다 더 행복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달리기 그 자체로써 의미가 있기 위해, 달리기를 어떤 수단이 아니라 달리기 본연의 행위에 집중하기 위해 달리기를 좀 더 소중히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달리기 그 자체가 행복한 순간이 되기 위해



#사는이유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을 자주 하는 편인데, 수많은 은하중 지구라는 별에 떨어진 나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고 인생을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다. 태어나서 열심히 먹고 자고 공부하며 40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성장해야 하고 매일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이는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지난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오늘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맞벌이 부부, 워킹맘들의 아이 돌봄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는 시기, 학교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에 낙첨된 아이들은 오후 시간 내내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엄마아빠가 돌아오는 저녁시간 동안 뺑뺑이를 돌게 된다. 몇 년 뒤면 내게도 일어날 일이라 더더욱 걱정이 되었고,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창업을 준비도 했었기 때문에 주제가 더 깊이 다가왔다.


매일 열심히 사는 이유는 결국 행복하기 위함인데 엄마나 아빠나 아이나 모두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와 학교, 학원에서 보내다가 저녁 늦게나마 잠시 모여 지친 하루를 나누다가 이내 잠들어 다시 반복된 일상을 살게 된다. 그 와중에 엄마보다 하원도우미 이모와 더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이들 앞에 마주한 엄마들은 어쩔 수 없이 경력단절을 선택하게 된다. 무엇이 인생이고 무엇이 행복일까. 삶의 의미를 찾아 몇 년을 저당 잡혀야 행복에 다다를 수 있을까? 아이가 크고 사춘기가 오면 더 이상 부모의 손길보다는 또래집단에 영향을 받는 시기가 올 테니 그땐 이런 문제가 사라지는 것일까? 정말로 인생 본연의 가치는 삶 속에서 매일 느낄 수는 없는 것일까?


오늘도 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노예로 살고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이런 자각조차 망각하는 순간들 속에서 운이 좋게도 문득문득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있다는 게 소중하기만 하다. 인생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려면 나는 어떤 고민을 더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삶은 목적을 위해 수단이 되는 일을 하는 과정이고 그렇게 달성한 목적 역시 또 다른 목적에 대한 수단이 될 뿐이다. 무엇인가 달성하고 나면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지는 삶 속에서 그 순환적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단 하나. 그 안에서 몰입하고 본질적 가치를 느끼는 것. 내 인생의 본질적 가치를 죽기 전에 깨달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깊어가는 밤, 내리는 폭우 속에서 나는 지구라는 별에 사는 한낱 먼지로 죽고 싶지 않다는 몸부림을 쳐본다.


먼지가 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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