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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Aug 21. 2018

브라보 마이 영국 라이프 (에필로그)

고등학생.. 스물 초반.. 그쯤 그리고 스물 세 살 까지의 인생.

브라보 마이 영국 라이프  <에필로그?



 영국의 어학연수를 온 이유를 설명하자면, 고등학생의 나로 먼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 스트레스를 누구보다 심하게 겪으며 공부했지만 원하는 학교를 진학하지 못했다. 절망감, 우울감 그리고 점점 더 낮아가는 자존감을 가진 채 만족하지 못한 학교를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 편입이라는 제도를 선택하여씅며, 나의 스무살 그리고 스물한 살의 모든 고민은 다시 대학 입시 였다. 가장 즐겨할 나이 인 이십대 초반에서 나는 그 나이대에만 할 수 있었던 풋풋한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학교-학원-집 의 반복적인 생활을 오가며 22살에 가고 싶었던 학교와 학과를 합격하게 되었다. 이제 모든 일들이 순탁하게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22살 내가 처음 배우게 된 학교의 전공은 막상 직접 경험해보니 생각 했던 만큼 재미는 없었고 흥미를 가져다 주지 못하니 점점 학교를 가기 싫어지게 되었다. 한템포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한 학기 휴학을 신청하며 쉬는 동안 어떤 공부를 더 한다기 보다는 나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해인 23살 다시 학교를 복학하고 같이 입학한 동기들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다시 시작해보려고 했지만, 한 전공 수업에서 전공 교수님께 한대 맞은 듯한 말을 듣게 되었다. "00아, 너는 이 전공 온 이유가 뭐야?, 너가 정말로 이 수업이 재미 없는건지, 관심이 없는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 사실 모든 대학 교수님들이 이렇게 학생들에게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물론 학생들 앞에서 들은거라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 수업을 드롭하고 교수님과 마주치고 싶지가 않았다. 그 날 하루는 집에 가는 내내 머리가 띵하며, 하루종일 울고 나니 오히려 반대로 그 교수님한테 고마워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던 전공이 실제로 나랑 맞지 않고 내가 이 전공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었구나.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라며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처음 든 생각은 이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시작해보자 라는 생각이었다. 이제 자퇴서를 내야겠지? 하며 부모님께 고민상담을 했다. 어릴때부터 독립적인 성향으로 늘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가 무엇을 알아서 착착 해내고 지원을 해주셔서 이번에도 늘 내 고민에 대해 잘 들어주실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말을 하자마자 응원보다는 화를 내시며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없어, 나는 맨날 늘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서 하다가 아닌 것 같으면 쉽게 포기하고 끈기있게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거 같아. 어떻게 사람이 맨날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니?" 

물론, 아버지 말씀도 맞아서 반박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저 말이 은근 서운하게 들렸다. 부모님이면 내가 힘들면 위로해주고 하고 싶은 걸 응원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하기 싫은 일을 꾹꾹 눌러가며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면서 살면 안되는 건가 ? 저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나니, 오히려 더 자극받고 당당하게 부모님께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자퇴한 후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시길 원하셨다. 대학을 안나올 수는 없으니, 다시 대학 편입의 도전을 한다고 말씀 드리며, 새로운 전공으로 다시 진학하고 싶다라는 말씀을 드리며 바로 다음날 학원 등록과 함께 입시를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23살, 다시 대학 입시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번 도전은 슬프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다. 내가 원하는 전공을 찾아서 공부를 하는 것이며, 나는 이미 한번 합격했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확신을 가지며 편입 공부를 이어 나갔다. 


시작 하고 한달이 지나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날, 아직도 기억하는 날짜 8월 13일날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보는 모의고사를 봤지만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일까 노력을 덜한 탓일까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자신감 맥스로 꽉꽉 채운 채 시작했던 반면 점점 자신감은 내려가고, 이러다가 아무것도 안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이 감싸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책상에 앉아도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런 삶을 선택한 것에 대해 조금은 막막하게 느껴졌다.


딱 한달 뒤, 2017년 9월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부모님께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고 말을 했다. 일종의 도피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머리를 식히고 나를 재생시킬 수 있는 방법 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공부하겠다는 아들이 갑자기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니 부모님도 "매우" 당황스러워하셨다. 여전히 내 성격 답게 끝까지 당당하게 말을 했다. 물론 긴 어학연수를 갈 수는 없고, 한달 반 코스를 갈거였고 비용은 걱정 할 필요 없이 내가 20살부터 모아놓은 적금으로 갔다 온다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어 하셨지만 이번에도 마지 못해 허락을 해주시며 잠깐만 공부하고 오라고 하셨다. 


2017년 10월 드디어 나의 영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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