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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May 04. 2023

모든 일은 갑작스럽게

중환자실에 내려간 엄마

23년 2월 16일 새벽 3시 

나는 엄마가 헐떡이며 입술을 달싹이며 내뱉은 모든 문장을 눈으로 낚아챘다.

엄마의 모든 바이탈 수치는 흔들리고, 엄마의 산소포화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엄마, 엄마 죽는다...빨리...불러, 상빈이 -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진 호흡, 나는 결코 엄마가 저 모든 문장을 또박또박 뱉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엄마가 조각조각 뱉은 소리를 나는 빠르게 문장으로 재 조립 했다.


" 엄마 제발 정신 좀 차려줘, 제발, 제발, 제발 "


엄마는 그렇게 손짓으로 나를 불러 한번 안아주었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이다.

아주 어린시절 말고 엄마가 이렇게 안아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엄마의 의식이 그대로 점차 저 아래 깊이를 모르는 어둠으로 쑤욱 하고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밤 11시부터 엄마의 맥박은 130~150을 널을 뛰고, 그 맥박이 곧 그릉 거리던 가래소리로, 그 가래소리는 간호사 선생님의 석션 처치 이후 고통의 몸부림으로 변하고, 그 고통의 몸부림은 점점 낮아지는 산소포화도로, 

이내 그 모든 시그널들은 스테이션 바로 옆 처치실로 옮겨지기 충분했다.

처치실에 와서도 진정되지 않는 엄마의 맥박, 낮은 산소포화도에 백의의 천사들은 이곳으로, 저곳으로 전화를 걸기도 하고 엄마의 산소 기압을 점점점점 더 높이기도 하고, 급하게 피를 뽑기도 하며 분주히 움직인다.

마침내 그들이 스테이션을 모조리 비웠을때, 엄마는 저렇게 이야기 했다.



곧 결혼하겠다고 했던 나의 남자친구, 서류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아빠를 다급하게 찾았다.

엄마가 뇌경색 이후로 섬망증세를 보이며 내 말을 듣지 않을때 내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이야기 한게 

엄마에게는 큰 충격이었을까?

우리 딸 사랑해도 아니고 우리 딸 미안해도 아닌 아닌 남자친구의 이름이 먼저 나온 것은

가히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미 새벽 1시부터 엉엉, 어린아이처럼 크게 소리내서 울기 시작한 나는 장장 아침 6시까지 간호사 처치실 문 밖에서 소리를 내어 울부짖었다.

응급실 주치의가 다급하게 뛰어와 엄마에게 이산화탄소를 강제 배출시킬때 내 울음소리를 듣고

엄마를 석션해준 간호사는 손을 덜덜 떨며 엄마의 피를 쏟았으며, 주치의는 처치실의 문을 닫으라고 다른 어린 간호사 선생님에게 부탁을 하는 소리까지도 선명히 다 듣고 말았다.



밤 12시 가량 부터 엄마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고 몇번이고 조심스레 얘기했던 순간들이라던지, 

엄마가 이번에 이 병원 응급실을 벌써 두번째 찾았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작년 9월에도 이산화탄소가 배출이 안되어 돌아가실뻔한 내막이라던지를 줄줄 설명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원래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혹시라도 폐렴에 걸려 기도삽관이라도 하게되면, 다시 못 깨어날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고 했던 그 병원의 응급실 선생님들의 말씀도 생각났다.


이내 엄마가 중환자실로 내려간다고 했을때, 주치의는 나에게 빠르게 설명했다.

엄마의 상태가 좋지않아 기도삽관을 해야할수도 있다고.

그 의사의 얼굴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온통 눈물로 앞을 가린 시야에 무엇이 보일까.



하물며 그가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멘탈이 무너졌다, 라고 뱉은 것도 들어버렸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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