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의미있는 것들
엄마가 나를 두고 세상을 떠난 후 나는 땅 속에 묻힌 고치가 된 것 같았다.
한줌 빛마저 닿지 않는 저 깊은 땅속 어딘가에 묻혀 끝이 있음은 알지만 언제가 될지 어쩌면 좋을지 모르고 어떤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
커다란 절망감, 텅 비어버린 마음, 공허함을 느끼고 보고싶은데 다시는 볼수없는 현실로부터 큰 두려움을 느꼈으며 그걸 무언가로 채울 수 없다는 것에서 큰 공포감을 느꼈다.
어린시절 키우던 강아지가 죽고 없어지던 날, 온 집안을 그 조그마한 몸으로 차각차각 장판위를 발톱 소리를 내며 걸어다니던 그 강아지와의 이별이 나의 첫 이별이었고 그마저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어른이 된 지금도 동물은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 나에게 엄마와의 이별은 그보다 몇십배, 몇백배 헤아릴수 없을만큼 더 크고 무거운 이별이라 어린애 처럼 우는 것 밖에는 할수있는 것이 없었다.
감당할수 없을만큼 커다란 어둠의 장막 속에서 홀로 헤메이는 기분이 들었다.
새벽내내 울다가 원망하다가 때때로는 멍하니 틱톡틱톡 돌아가는 시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엄마를 덜 떠올리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눈을 감으면 엄마의 임종하던 순간, 차디찬 엄마의 손가락이나 장례중 일렁이던 촛불, 발인 순간 작은 창으로 보였던 불길이라던지 한줌 재가 되어 떠나가던 순간보다 훨씬 더 따뜻했던 엄마의 유골이 담겼던 상자의 온기같은 것들이 떠올라 잠을 잘수가 없었다.
어느날은 쓰러지기도 했고, 어느날은 엄마와의 이별이 너무 아파 나도 데려가달라며 울고 빌고 기도드리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엄마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을 차마 손댈수가 없어 아무것도 치우지 못했다.
엉망. 그야말로 엉망진창.
그러나 이런 모든 고통은 나만의 것이었다.
나에게만 의미있는 이별이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나의 이별을 안타까워할 지언정 그들의 이별이 아니어서 오롯이 내 몫의 슬픔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장례 얼마 후에 엄마의 휴대폰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미리 예약해두었던 검진 센터에서 제시간에 방문하지 않자 센터직원이 확인 차 전화를 건것이다.
엄마의 임종소식을 전하고 잠시 이어지는 침묵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낮은 탄식과 사과와 인사들은 내 가슴을 죄이고 내 목구멍을 조이는 기분을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