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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Feb 12. 2024

사별 후의 이야기

시간은 느리고도 빠르게


이별 후의 시간에 엄마와 함께 했던 공간을 찾는다.

다시 한번 엄마를 사지에서 끌어올리고 멱살잡고 버텨준 고마운 병원에서 엄마가 중환자실에 들어가기전날 함께 산책했던 벤치에 이제 나 홀로이다.



엄마의 시간은 짧았으나 남은 나의 날들이 길어 내 시간이 홀로 흘러가는걸 체감하며 외로움과 그리움이 뒤섞인다.




한동안 정신 차리지 못해 그저 가축처럼 졸리면 눕고 슬프면 울고 그리우면 엄마의 흔적을 끌어안고 누워있었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간신히 유품정리에 돌입 하면서도 나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물건 하나하나에 모든 살림살이에 엄마가 베어있었고 집안 곳곳에는 엄마가 방금까지 있었던양 엄마 냄새가 베어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의 흔적을 차마 치울수가 없어 하루 이틀, 삼일을 보내며 결국 세달 뒤에나 마음먹고 치울 수 있었다.




유품정리 전 엄마의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향수나 옷가지, 엄마가 아끼던 몇몇 물건들을 챙겨나왔고 엄마가 물려준 장신구와 함께 고이 접어 상자에 넣어두었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던지를 오롯이 느꼈던 엄마의 일기장 역시도 고이 들고나왔다.

내 이름을 부르기만해도 가슴이 아린다며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럴까 라고 말한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한줌의 재가 되어 나에게 온 날을 나는 기억한다.




이별의 아픔을 견디는 것에 방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것은 없었다.

준비하는 과정도, 견디는 과정도, 받아들여야만 했던 날들도 결코 쉽지 않았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고 아직도 나의 시간은 계속되어진다.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 음료, 풍경이나 노래, 이야기까지. 나는 엄마를 보낼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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