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5km
엄마와의 이별 후 상실감과 공허함,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강제로 깨달아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비어버린 집, 긴 입원 생활로 사람의 온기가 닿지 않은 그 차갑고 어두운 집, 한때는 엄마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언제나 반짝이고 깨끗했던 집.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향기가 희미하게나마 남아 구석구석에 엄마의 마지막 손길이 닿은 그 집.
사별 후 집 근처에만 가도 가슴이 시렸다.
택시를 타던 버스를 타던 내가 30년을 넘게 걷고 돌아다녔던 집이 있는 동네 근처에만 가도 숨이 턱 막혔다.
조용하고, 적막이 흘러넘치고, 해가 질때즈음엔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느린 동네.
심지어 차도 별로 안다녀서 그만치 조용한 곳이 없어 나에게 커다란 안식을 주던 동네가 사별후에는 적막만을 남기는 침묵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동네 근처에 진입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동네 전경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집 앞에 가서 서성이다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출근 하거나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내가 안전하게 택시를 타는지 늘 확인 하려고 서성이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어느순간에는 작아져버린 몸으로 내가 잘 가는지 확인하려고 얼굴만 빼꼼 내밀던 엄마가 이젠 없다.
본가에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나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문을 열었을때 나는 내가 세상에 고아라는 이름으로 남았음을 절감했다.
온기 한점 없고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는 집.
그곳에서 나는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을 인사를 했다.
엄마. 나 다녀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