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막: 길을 막는다의 줄임말
"길막"이란 말을 아는가? 길을 막는다의 줄임말이다. 요즘은 별걸 다 줄여서 신조어를 만들어 내니 줄여서 안될 말은 없는 듯하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업무상 길막이 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조직내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리더들 중 나는 절대로 꼰대가 아니며 길막은 더더욱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대부분의 부정적인 언행들이 그렇듯, 본인이 진심으로 신경써서 길막하지 말아야 겠다고 혹은 길막이 아닌 행동을 하지 않는한 자기도 모르게 길막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럼 길막이 안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 구성원들의 업무 속도를 늦추지 마라.
나쁜 결정보다 더 안 좋은 것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라 했다. 아무 결정도 없이 그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게 검토의 시간이든, 리더의 게으름의 시간이든 구성원 입장에선 업무 지연이요, 기다림인건 매한가지다. 그렇다면 말로만 스피드업 하라고 외칠 것이 아니고 본인이 구성원들의 업무 스피드를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개선 할 필요가 있다. 결정하기 애매하면 논의의 시간이라도 마련해서 직원과 다른 대안을 찾아보거나, 과감히 권한 위임하는 것도 방법이다. 리더가 항상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리더의 약한 면을 보여서 우려되는 단점보다 리더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어 리더와 직원간의 벽을 없애는 장점이 더 크다.
둘째, 직원들을 자신의 수첩이나 비서로 쓰지마라.
업무를 하다보면 숫자, 제도, 혹은 과거 이력 등 기억해야할 것들이 많다. 가끔 본인이 당연히 기억해야하고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을 암기하지 않고 수시로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리더가 있다. 이것도 직원들의 다른 업무를 처리하던 중 리더의 수첩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업무를 잠시 밀어놔야 하는 상황이 된다. 마치 기본적인 MS오피스 기능을 몰라서 그 기능을 알려 주기 위해서 옆에 서있는 직원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두명이서 운동을 하든 업무를 하든 항상 따라오는 협업은 리더도 그 협업 멤버의 한 사람이여야 하고, 원활한 협업을 위해선 리더와 직원 모두 비슷한 역량과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직원 양성과 역량 부족을 혼동하지 마라.
가끔 직원들이 업무 지시를 했음에도 중간 보고는 고사하고 제때에 결과물을 가지고 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수동적 공격성에 따라 리더 물먹이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는 직원이 역량이 부족하여 주어진 과업을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직원 양성이 리더의 최대 덕목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마냥 기다려 봤자 시간 낭비다. 이럴 땐 과감히 본인이 막힌 곳을 뚫어서 직원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행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부하직원 일 대신 해주는 것이나 직원의 역량 개발을 방해 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의 노후 대비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매번 사후체크만 하다 나의 과, 차장 시절 기획력이나 문서 작성력이 녹슬다, 사후체크할 대상과 권한이 없어지면 그 즉시 리더는 조직 안과 밖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만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지휘에 몰두한 나머지 각 악기의 음색과 특색, 연주자의 역량을 모른다면 지휘가 가능할까? 이처럼 미래를 위해서도 현재 조직 리딩을 위해서도 실무 감각은 잃지 말아야 한다.
넷째, 리더는 항상 앞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요즘 직원들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으로 무장한 인류이다. 라떼들의 기준으로 조직을 모르니, 이기적이니 해도 개별 역량으로 보면 기존 멤버들에 크게 뒤쳐질 이유가 없다. 부정적인 평가의 대부분이 직원들에게 불리한 평가 기준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가끔은 그들끼리 알아서 하도록 옆으로 빠져 보는건 어떨까? 운동이 직업인 프로 선수들도 에이징 커브(aging curve)를 피할 수 없듯이 인간의 노화, 리더십의 노화는 어쩔 수 없으며, 많은 부분에서 젊은 세대에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가끔은 그들끼리 알아서 성과를 내도록 내버려 두고,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법카로 밥만 사주는 역할로 만족하는 것도 좋은 길막 예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