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비언어적 메세지 전달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화두 중 "염화 미소"가 있다. 석가모니가 영산에 있을 때 범왕이 금색의 바라화를 바치면서 설법을 청했고, 석가모니가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자 모든 사람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는데, 제자 대가섭(大迦葉)만이 미소를 지은 일에서 유래한 화두로 말하지 않아도 그 뜻을 헤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극소수의 완전 독점 시장의 기업이 아니고서는 모든 기업들은 경기 사이클처럼 매출, 영업이익등의 경영 실적의 오르고 내림, 사이클 곡선을 타게 된다. 즉, 그래프가 우상향 되는 시기가 있는 반면, 그래프가 우하향되는 시기가 반복된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좋은 게 좋은 거고, 좋은 분위기에 굳이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부정적이거나 구성원들과 조직에 제약을 가하는 의사결정과 메세지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런 시기에 구성원들의 불만도 급격히 줄어든다. 하지만 조직이 경영 실적 등의 위기가 찾아오면 경영진부터 시작해서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위기 의식은 서서히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면서 전 조직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작고한 잭웰치 前GE 회장은 조직 내 메세지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700번은 반복 해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GE처럼 메가 사이즈의 조직이 아니더라도, 조직 내 메세지 전달은 작은 조직은 작은 조직대로 리더의 생각과 다르고 더디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어려운 조직 내 메세지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부정적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는 리더들이 있다. 가령 회사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직접적인 메세지로 표현하지 않고, 경비성 비용 등을 감축하는 것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렇게 염화 미소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전달 방법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구성원에게 전달되는 메세지의 내용이 다 제각각이다.
우리는 흔히 팩트(fact)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적인 게 숫자다. 하지만, 그 숫자조차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하는 일, 개인적인 상황, 부서의 입장 등에 따라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인식되고 해석 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간 인지 체계의 기본 작동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개인의 프레임으로 인지하고 해석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팩트라고 하는 것조차 해석에 주관성이 크게 개입하는데 명확한 메세지가 아닌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전달된 메세지는 전달 내용 자체도 불명확한데다 개인별 해석의 편차까지 개입되어 그 오류의 폭과 개인별 해석의 차이가 매우 커질 수 밖에 없다.
둘째, 각종 소문의 진원지가 되고 만다.
회의 중에 리더가 한 말을 해석하기 위해서 또다른 회의를 하고, 심지어는 리더의 메세지의 숨은 의도와 뜻을 잘 해석하는 걸 큰 재능으로 여겨지는 조직 속성 속에서 이런 비언어적인 메세지는 근거없는, 아님 말고 식의 소문의 근원지가 되고 궁극적으로 메세지의 내용 전달의 지장을 초래 할 뿐만 아니라, 소문으로 인한 또다른 문제의 단초가 되고 만다. 결국 문제 해결과 위기 타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되려 문제 해결을 위한 당연한 조치들조차 수용성이 떨어지고 실기(失期) 하게 만든다.
셋째,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리더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리더를 찾게 된다. 잘되면 내 공, 못되면 조상 탓이란 심리인 귀인이론과 유사하다. 실적이 좋을 때는 리더도 리더십도 보이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선 뭔가 대책을 바라고 리더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과거 역사 속에 왕이 가뭄에 기우제를 지낸 것도 과연 그들이 그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기 보단, 리더로서 해야할 도리의 의미가 더 강하지 않았을까? 일대일 면담을 통해서 들은 내용도 기억 못하고 오해하는 사람들의 무관심에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메세지는 가뜩이나 직원들의 무관심을 가중시킬 뿐이다. 더 나아가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정작 위기가 더 커지거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과거의 부정적 경험으로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리더에 대한 불신은 기우제 처럼 리더가 뭔가 대안을 마련 해주길 바라는 기대치까지 더해져서 더욱 증폭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결국 메세지 전달도 직원 경험의 일환이다. 직원이 느끼는 경험을 바꿔서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 생각에 따라 행동과 성과가 바뀌는 과정일 것이다. 위기 상황이라고 해서 꼭 그 메세지가 엄근진(엄숙, 근엄, 진지)일 필요는 없다.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라고 해서 리더나 조직이 소극적이고 솔직하지 않게 메세지를 전달한다면 오히려 위기 극복의 기회와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위기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면을 전환하여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경영 사례는 매우 많다.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이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