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발목 끈 없는 번지점프?
현재 직장에 이직한 지 18개월을 채워간다.
마치 과음한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다, 점심 즈음 술이 깨는 기분처럼 요즘 들어 내가 이직한 회사의 사람, 환경, 일 그리고 이 조직에서의 나의 미래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계를 18개월 이전으로 돌려보자.
현 포지션의 제안을 받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하여 헤드헌터에게 넘기고 한 달 정도의 기다림 끝에 서류전형 합격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1, 2차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다. 처우 협상 완료 후에 약 한 달의 준비기간을 두고 첫 출근을 했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회사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하는 일이 인사 쪽이니 이직하는 남들에게 이직 시 확실한 건 연봉 계약서 상의 연봉 외에는 없다고 무심결에 말해왔지만, 정작 그게 내 일이 되니, 나 역시도 확실하게 아는 거라곤 연봉금액 밖에 모르고 덜컥 커리어 후반기의 이직을 결정했었다.
도박이나 게임도 나름대로의 확률과 승부를 위한 원칙과 기준이 있다. 즉, 그저 몇백만 분의 일의 확률에 기대어 많은 돈과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진 않는다.
그런데 이직은 도박이나 겜블링에 비해서 훨씬 부족한 정보와 성공 가능성에 도박 판돈에 못지않은 현재 자신이 가진 것과 심지어는 미래까지 걸게 된다.
요즘은 실업에 대한 안전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비자발적인 퇴직에 대해선 지원이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직 실패시 원상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따르게 마련이다.
나 자신도 이직한 곳에서의 사람, 일, 조직을 못 견디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 겨우겨우 탈출 수준의 다른 이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위험성이 높은 이직을 오직 돈과 조건만 보고 연차가 낮은 커리어 시절엔 이직을 감행한다.
심지어 소수 직무에선 이직할 때마다 연봉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도 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수요가 공급에 앞서는 직무이고, 그도 시기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역시 이런 이직들은 끝내 연봉계약서와 통장에 찍히는 일시적인 돈 외에는 남기는 것이 없다.
그 돈마저도 평생 혹은 잠시라도 버틸 수 있는 금액이 아님은 명백하다.
이직만큼 첫 출근 일을 기점으로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는 일도 없다.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서 어렵게 써치하고 면접을 통해서 옥석을 가리고 처우까지 무리 해가며 영입한 인재도 첫 출근하여 연봉 계약서에 서명하고 자리로 안내하고 난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독자생존, 천애 고아 신세가 되고 만다.
오죽하면 'Swim or Sink'라는 표현이 있을까, 즉, 그 어려움 속에서 헤엄쳐 나와서 생존하거나 그대로 익사하거나 재주껏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그럼 오늘도 자신의 경력기술서를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예비 이직자들은 하나같이 다 부질없는 자해 행위를 하고 있단 말인가?
나의 경력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이직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충분히 자문자답해야 한다.
나처럼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이직하는 이유에 대해 캐물어보는 것도 좋다.
(은근 성공적인 면접 준비도 된다.)
그래서 그 대답이 지금 조직을 떠남으로 해서 잃게 되는 것들보다 이직 하는 이유가 최소한 두 배 이상이 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투자 방법 중 아무 것도 안하는 인내하는 것도 투자 방법 중 하나라는 말을 떠올려 보라.)
이직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성취 혹은 닿고자 하는 목적과 목적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이직을 위한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바로 다음의 징검다리 너머 그 다음다음의 징검다리가 머릿속에 그려져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징검다리에서 다음을 건널 때 삐끗하여도 곧바로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고 혹시라도 그보다 더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다시 시작하기가 수월해진다.
끝으로, 이직은 마치 우주복을 입고 산소통을 등에 매고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으로 나가는 첫발을 내딛는 일처럼 위험하고 모험적이다.
死卽必生(사즉필생)의 마음가짐과 결연한 결심을 가져야만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성공은 살아남은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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