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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3년 3월

13,266원을 벌었다.

드디어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by Phd choi 최우수

빠른 7*년 생이다.

지금과는 다른 초등학교 취학연령 기준으로 나보다 출생 연도가 한해 빠른 친구들과 학교를 다녔다.

심지어는 재수를 안 하고 대학 입학을 했더니 삼수를 하고 온 동기들의 나이가 형과 동갑이었다.

그리고 흔한 휴학과 군대 입대 공백 등 없이 지난 40여 년을 살아왔다.


용돈과 알바 이외의 돈, 월급을 내 손에 쥐게 된 것은, 97년 3월 20일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의 26년 넘게 몸담은 조직에서 주는 월급, 급여로 먹고살았다.

투잡이나 부업 수입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언제까지 월급쟁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반찬을 몇 번 연속으로 먹어도 '뭐 다른 반찬 없나?' 하고 다른 것을 찾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면

26년간의 조직 생활에 언젠가 나도 싫증이 극에 달하여 다른 것을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학원을 다녀서 박사 학위도 받고, 지금 이렇게 브런치와 블로그 등에도 글을 올리면서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 출간을 위한 콘텐츠를 모으고 있다. 또한 아직 손에 잡힐 만큼 구체적이진 않지만,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직장 생활 이후의 할 일과 수입원을 찾고 있다.


그중에 알게 된 것이 "지식 크리에이터"라는 업이었다.

(부르는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니 각각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앱에서 클럽을 만들고 코칭 마스터로서 등록했다.

코칭마스터는 유료다.

그야말로 나의 프로필과 소개, 코칭 분야 등을 보고 온전히 고객들에게 선택받는 것이다.

그간 돈을 내고 누군가에게 뭔가 배워본 적은 있으나, 내가 반대로 돈을 받고 경험, 지식, 의견 등을 판매해본 적은 없다.


분야 자체가 요즘 핫한 분야도 아니어서 한두 달은 매출이 제로였다.

한 달 전쯤인가 늦은 토요일밤에 느닷없이 앱 알림을 통해 나에게 코칭신청이 들어왔고, 그것도 당장 내일 아침이었다.

일요일 아침 시간에 맞춰 일어나 준비한 내용과 즉석 질문 등에 대한 의견등을 엮어서 첫 번째 유료 코칭을 진행했다. 40분에 2만 원...

2만 원에서 플랫폼 수수료와 세금을 떼고 한 달 만에 내 통장에 찍힌 돈이 무려 '13,266원'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조직이 주는 월급 외 내가 혼자의 힘으로 번 첫 번째 돈, 13,266원...

치킨 한 마리 값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내겐 13,266이라는 숫자 뒤에 '0'이 몇 개가 더 붙는 금액보다 더 기억에 남는 돈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첫발은 치킨 한 마리 값보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결국 스스로의 힘이 좀 더 많이 들어간 수입을 늘려서 치킨 수십, 수백 마리 값을 벌어야 하리라.


가끔은 너무 미약하고 또한 확신이 들지 않아, 스스로 회의하고 무너지곤 하지만 그래도 이 길이 맞음을 굳게 믿고, 파부침선(破釜沈船: 밥 짓는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히고 필사의 마음으로 임하다.)의 심정으로 강을 건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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