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의 판세 분석
(영화, 타짜, 2006)
이직이란 여러 가지로 도박성이 있다.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당부, https://brunch.co.kr/@alwaystart/156)
이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을 내가 온전히 파악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얻고 잃음이 있다는 것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선택에 따라 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적당한 시기에 그 판을 정리하고 떠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된다는 점
새로운 직장에 임원으로서 이직을 하고 2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그간 다면평가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
가장 중요하다는 직속상관의 지지는 여전하다.
내 자리의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의 지지를 받는 건 중요하지만, 그곳에서의 하루와 순간을 대부분 함께하는 동료와 구성원들과의 관계와 지지도 오로지 나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금번 피드백은 내게 큰 깨달음과 결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직 1년 차에 내가 가지고 있던 강박은 내 채용에 대한 상사, 동료, 부하의 의구심을 떨어내는 것이었다.
경력직의 공식 채용 결정은 입사 전 서류전형과 면접이지만, 최종 합격 통보는 입사 후 몇 달 안에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곤 하니까. 그 입사 후 평가에서 비공식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그 사람은 직원이되 직원 아닌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 의미로 무능력하다는 의심과 임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고 싶지 않았다.
이는 통상 내부에서 다년간 검증하고 훈련시켜서 임원으로 올라가는 사람들과 비교해 당연한 통과의례라 동의한다.
그래서 처음 해보는 임원 노릇에서 오는 미숙함도 있었지만, 사실 지난 1년 반은 나 스스로 '半부장' 임원이었던 것 같다.
가령, 팀장 수신 임원 참조로 오는 메일에도 팀장보다 먼저 의견을 내곤 했었다.
그 이면에는 사장에게 올라가는 보고의 내용이 부족한 것은 내가 할 일을 하지 않음이고 위에 말한 내 능력을 의심받는 일이라 생각한 배경이 있다.
또한 이슈 해결이나 새로운 것을 기획할 때 내 생각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나의 고집 혹은 그들의 무능과 무관심으로 나의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압도했을 수도 있다. 당연히 기분은 나빴을 거고, 차마 기분 나쁘단 말은 못 하고 다른 단어로 그 불만을 토로하곤 했을 것이다.
이러한 나의 주장을 앞세운 이면에는 구성원들(부하직원) 능력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사실 이건 여전히 팩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팩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인정하고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
바로 내가 그들과 일해야 하고, 그들에게 지시해야 하며, 내 지시사항을 그들이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그 수행의 결과를 가지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모든 것을 다 해내서 그들의 참여와 지지 없이 성과를 내기 등은 불가능함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나도 부족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거부감 없이 지도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각성하고 동참하게 할 만큼의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판도 도박판이었다.
적당히 나의 시간, 미래, 인생을 걸었으되, 그 결과를 내 통제하에 온전히 둘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패와 결정에 따라 나의 운명이 갈리는, 그리고 적당한 때 아직 나의 능력과 선택의 여지와 힘이 있을 때(도박으로 치면 판돈 남았을 때), 판을 정리하고 새로운 판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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