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거작가 Sep 27. 2022

스피드업과 근면성실

 스포츠는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승부를 겨룬다. 그 중 많은 종목이 스피드 즉, 상대방보다 내가 얼마나 빠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 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겨루는 종목을 꼽으라면 당연히 F1 그랑프리 레이싱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F1 그랑프리 레이싱은 매우 인기있는 스포츠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으로 꼽히는 매머드급 이벤트로 단일 대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연평균 관람객이 400만 명에 육박하며 매년 190개국에 TV로 중계돼 6억 명의 시청자가 열광한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도, 조직 내 협업과 분업의 예로 종종 인용되는 F1 레이싱카가 레이싱 중 정비를 위해 들리는 피트 스탑(pit stop)의 크루들의 모습은 접해 봤을 것이다.


또한 F1 레이싱카들은 글로벌 차 메이커들의 최고 기술의 집약체로서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 경쟁의 각축장 이기도 하다.

최근 조직 운영 화두 중 빼놓을 수 없는 화두는 "스피드 업"이다. 기업 환경은 VUCA-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로 대변되는 스피드와 격변의 시대에 놓여 있고, 년단위의 전략 수립이 의미 없어질만큼 전략 수립과 변경의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이런 경영 환경에서 스피드업은  경영 전략의 선택 옵션이 아닌 필수 역량이 되어가고 있다. 스피드업의 기준점은 바로 현재가 되니 스피드업의 노력은 한순간의 이벤트가 아닌 기업 경영활동 전반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필수불가결한 스피드업을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한때 한국 축구를 지배했던 기량과 체력을 뛰어넘는 정신력과 멘탈적인 요인만 있으면 가능할까? 혹은 무조건 압박하고 재촉하기만 하면 될까?(일상 용어로 쪼기만 하면 되나?)


 제대로 된 스피드업은 가용 자원과 환경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앞서 예를 든, F1 머신(레이싱카를 이름)의 경우를 보자. 최대 시속 360km와 분당 최대 18000rpm(일반 차량 6000rpm) 을 견디기 위해 엔진에 각종 첨단 소재가 동원된다. 또한, 레이서도 고속의 압력을 견디고 차체를 운전해야 하는 높은 운전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조직 내 업무 스피드업을 위해선 개인의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 구조 그리고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피드업을 촉진하는 조직 구조는 무엇인가? 빙상 쇼트트랙의 단체 경기처럼 서로 역할을 부여 받아 팀 전체의 성과를 위해 개인이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여야 한다. 위에 언급한 F1 레이싱팀의 pit stop의 크루들을 연상해 보라, 20여명의 사람들이 사진에서처럼 각자의 역할을 차량 정비라는 공통의 목표에 초점을 맞춰 단 2초 내외의 짧은 시간 사이에 일사불란하게 이뤄진다. 조직도 이와 같이 개별 부서의 수행 역할은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되어야 한다. 그 반대로 조직들이 육상 트랙에서 자신의 레인만을 지키며 결승점을 향해 자신의 코스를 따라 주력을 발휘하는 구조는 해당 조직의 속도는 높아질지 모르나, 조직과 조직이 모인 성과 단위 조직의 스피드업은 보장될 수 없다. 이러한 조직 구조는 조직 간의 소통과 공유가 부족하게 되고 심지어는 자신의 업에 치중하여 인근 조직의 뒷다리를 잡게 되는 최악의 현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급기야 상위 조직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옥상옥의 추가 조직과 자원을 투입하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스피드업을 지원하는 리더십을 역으로 방해하는 리더십으로 확인 해보자. 묻지마식으로 실현 가능성과 수행해야하는 구성원, 조직의 역량과 상태는 불문하고 무조건 밀어부치면 된다는 식의 업무 지시와 일정 관리를 하는 리더십이다. 경영진이 무리한 스피드업을 푸쉬와 어렵사리 목표를 달성한 리더를 훌륭한 리더로 인정하기 시작하면 그 부정적 효과는 마치 나비효과 마냥 조직 전체와 리더 예하의 구성원들에게 큰 압박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심지어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어렵사리 목표가 달성된 것을 조직의 자랑스런 DNA나 조직 문화 마냥 자랑하며 길이길이 유산으로 남기려 한다.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비정상이 정상을 대체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무리한 요구는 결국 꼼수와 편법으로 이어져서 그나마 창출된 성과마저 매우 부실한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런 스피드업은 스피드업을 가장한 위장 스피드업으로 궁극적으로 정석으로 진행됐다면 투입되지 않을 시간과 노력이 발생하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