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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블랙홀

'그 팀장이 사는 법-에피소드2'

by Phd choi 최우수

우리나라에 팀제가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팀제의 가장 중요한 도입 취지는 현장 지향형 업무 진행이다.

예를 들면, 층층시하의 위계를 따지다 현장 대응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한다.

자동차 디자인을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자동차 회사의 회장이 최종 결정 하는 것과 같이, 시장과 고객의 수요와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의사결정을 방지한다.

또한 애자일과 같이 최소한의 규모와 적절한 역량을 가진 팀 중심으로 대응 속도를 높인다, 정도가 팀제 도입의 이유가 될 것 같다.


거기에 맞춰서 팀장에게 팀제 도입 전보다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조직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권한은 확실하게 부여되는데 반해 책임은 흐지부지 부여되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파워풀한 팀장님들 틈바구니에서 여러 팀을 관할하는 상위 조직, 대부분 임원급이 맡게 되는 조직의 리더의 조직 내 처신이 참 애매하고 어렵고 눈치껏 해야 한다.


'그 팀장'이 담당하는 팀의 구성원은 팀장과 먼저 협의하고 보고하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여기까진 별로 특이할 것도 팀제의 이유에 부합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팀장'이 업무의 블랙홀이라면?

즉, 협의한다고 했는데, 그 협의가 안되거나 팀장이 깔아뭉개고 앉아있는 경우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속담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 등처럼, 많은 걸 보니 이런 일은 유사 이래, 인간 세상사에서 현재도 매우 비일비재하고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안빈낙도 정신이 충만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깔아뭉개주는 팀장의 존재는 매우 고맙다.

재수 좋으면 그 위 임원의 쇠약해진 기억력으로 업무 자체가 소멸되는 득템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팀장 입장에서도 자신의 게으름과 무능력을 편안히 펼칠 수 있으니 윗줄 속담에 어울리는 윈-윈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과연 조직에도 좋은 것일까?

우리는 유교적 전통으로 선공후사(先公後私), 공사(公私) 구분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알고 있다.

이는 요즘 컴플라이언스, 지속가능경영, Integrity와 같이 명칭과 적용 분야는 바뀌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조직 내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이어오고 있다.


결국 이런 블랙홀 팀장은 私를 公적인 이익의 감소로 채우는 것이다.

더불어 요즘 핫한 다면평가에서는 "우리의 게으름과 무능력을 이해해 주고, 임원과 맞짱도 불사하며 자신들의 게으름을 커버쳐 주는, 마이 히어로가 되는 것이다."


즉, 블랙홀인 '그 팀장'은 회사에 해악을 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루 8시간씩 회사에 나와서 업무를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연습해야 할 팀원들의 기회를 순간의 게으름이 주는 쾌락이라는 눈가림으로 빼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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