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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욕먹는 팀장의 그늘

'그 팀장이 사는 법-에피소드1'

by Phd choi 최우수

흔하디 흔한 팀장이 한 명 있습니다.(편의상 '그 팀장'으로 칭하겠습니다.)

이 조직에도 팀장이 서른 명 넘게 있으니 발로 차이진 않지만, 팀장이 많긴 합니다.


그 팀장이 잘하는 일은 '대신 욕먹기'입니다.

어느 날엔가 팀원이 큰 사고를 쳐도 사고에 대한 원인분석, 개선대책 혹은 호된 질책을 통한 - 꼭 호되지 않아도 됩니다.-마인드 리셋 없이,

첫 일성이 '걱정 마라, 욕은 내가 먹겠다, 팀장은 원래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거다.'라고 대장 고릴라가 죄 없는 자신의 가슴팍을 치며 상대방에게 센 척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책임진다는 측면에서는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모습을 본 팀원은 요즘 같은 조직 내 분위기에선 리더에 대한 존경심, 리더의 희생에 대한 감동, 조직에 대한 미안한 감정으로 인한 변화와 분발보다는 책임 안 지게 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팀장 위에 임원이나 상사는 연말에 있을 다면평가나 블라인드-이번과 같은 경우는 작성자 추적이 가능하니 가능성이 낮긴 하겠네요- 위협을 의식하여 솜방망이에 또 한 겹의 쿠션을 덧댄 아주 푹신한 그래서 무슨 잘못에 대한 질책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詩적 언어를 이용한 핑크빛 질책을 합니다.


학부 전공이 국문과 그중 詩를 전공했거나, 청소년기 충만했던 시적 감성이 남아있는 사람들 빼곤 이런 詩적 언어를 활용한 질책을 듣고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며, 개선 의지를 불태워서 결국 실수를 반복하지 않은 결과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변화로 연결되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판세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조직입니다.


개인적으로 조직 내에서 호형호제(號兄號弟)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당신도 주변 사람이랑 친해져서 호형호제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호형호제는 폐쇄 클럽의 신분증 같은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서로 보호하기 위한 포장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요.


나쁜 사내 정치는 조직이나 공적 권한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고, 더 나아가 공적인 조직을 무력화시키거나 파괴하는 거라 합니다.

대신 욕먹기가 주특기인 '그 팀장'은 공적인 팀장으로서의 질책과 책임 추궁, 재발 방지 대신 자신의 '졸개'를 한 명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자신이 필요할 때 '우리가 남이가?'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젠 네가 나 대신 욕먹어 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받아먹은 사람은 당연히 갚아야 하니 이젠 반대로 자기가 공적 이익을 훼손하며 욕을 대신 먹어주겠지요.


'그 팀장'의 대신 욕먹기는 그래서 옳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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