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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왜 그랬는지 알겠다

정직함 여기 잠들다

by Phd choi 최우수

어쩌다 보니, 결국, 꼭 리더가 되고 말았다.


리더는 중요하다. 동서고금, 생사가 오고 가는 전쟁터부터 방금 사무실을 오픈한 스타트업까지 리더는 중요하다.

리더와 리더십도 꼭 두 명 이상의 집단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엄연히 셀프리더십도 있으니까.


조직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리더들을 직접 상사나 선배로 만나기도 하고, 나와 무관한 리더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본 적도 많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경험상으로 배우고 싶은 리더보다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리더가 더 많았다.


그리고 가끔은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굳은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리더가 되어서 '인간'(구성원이나 직원들보다 분명 분노와 비하의 뜻을 담은 표현임을 밝혀둔다.)들을 겪어보니 하나둘 아니 이~만큼 그때 그 리더들이 왜 그랬는지 알겠다.


왜 늦게 결재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고, 직원들의 말임에도 쉽게 믿지 않고 확인 또 확인하려 했는지 알겠다.

지금 내가 겪어보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거짓말과 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묘한 요설(妖說)로 보고했다가 일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미리 파논 토끼굴로 빠져나가려 하고, 질문 두 번만 하면 들통나거나, 보고 속 등장인물들에게 서로 같은 질문만 하면 금세 확인될 거짓말을 서슴없이 한다.

심지어는 요즘 부쩍 늘어난 각종 사건사고와 재판기사에 잘 나오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도 단골 멘트다.


그리고 이 조직들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 익숙하다.

자기들도 그런 부조리와 눈속임, 짜웅 속에서 생존해 왔고, 그게 정상이라 여기며, 합리화한다.

또는 그렇게 밖에 일할 줄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거짓말이 진실을 이긴다.

그래서 거짓말하는게 더 낫다는 비뚤어진 진리가 더 증명되고 강화된다.

기어코 조직의 당당한 조직문화가 된다.


그런 조직과 구성원들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을 위한 진심어린 명품일 리 없다.

제품 개발시 고객의 필요와 사정을 감안할 리 없고, 제작 과정에서 내 물건 만들듯이 정성을 들여 한땀한땀 만들 리 없다. 나와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만들어 낼 리 없다.


그런 거짓과 속임 안에서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를 버젓이 분칠만 하여 고객에게 팔아넘기고 AS기간만 넘어가길 학수고대한다.


그래서 고민이다, 군계일학이 될지, 근묵자흑이 될지...

예고편을 통해 내다본 미래는 영 찜찜하고, 그렇게 해서 먹고살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더 찜찜하다.

어릴적 나중에 너도 부모 돼보면 알게 된다와 같은 부모님들의 예언자적 시점 멘트가 생각난다.


조금이라도 오물이 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언제까지 뒷꿈치를 바짝 들고 이 오염지대를 걸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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