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MBTI조합보다 자신감과 솔직함이 낫다
예전부터 왠지 안 하고 거부했던 것들이 있었다.
흡연, SNS(싸이월드 같은), 성격테스트 같은 것들이었다.
내 어릴 적인 8~90년대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과 조금 더 진화한 DISC 정도가 있었다.
회사 입사할 때쯤엔 난수표 같은 인적성검사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단 한 번 S기업의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서 긴긴 커리어의 시작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 인적성 검사에서는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요즘 대세는 MBTI다.
각종 방송, 마케팅부터 조직 내에서 조직관리 차원에서도 개인의 MBTI를 제2의 명함처럼 활용한다.
하두 주변에서 나의 MBTI를 물어봐서 언젠가는 16가지 유형 중 적당히 내가 원하는 유형을 기억했다가 말하는 게 낫겠다는 나만의 묘수를 생각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캐주얼 심리학'이 간혹 주류 심리학에 비해 무시당하는 이유인 근거와 학문적 배경 부족의 비난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16가지의 유형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17번째 이후의 성격 소유자들에게는 매우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 요즘도 출판되는 책 중 이를 주제로 한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그런 책들이 또 호응을 받아서 판매 상위권에 오르는 것을 보면 '자아인식'의 주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만큼 쉽게 도달하기 어려움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어렵사리 발견한 자아인식도 쉽사리 주변 사람과 세상에 인정하고 노출하기 어렵다.
아무리 성격에 우열이 없다 해도, 사람들이 선호하고 좋아하는 유형은 있게 마련이다.
한때는 A형은 소심하다와 같은 해석에 휩싸여 사소한 일에 삐지기 조차 맘대로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글을 쓰다보니 생각난 대학시절 미팅에 대한 나의 취향을 통해서 나의 성향 일부를 추정해 보면,
난 대학시절 단체 미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대일 혹은 소수의 소개팅을 선호했다.
맘에 드는 파트너를 만나는 가능성면에서는 단체 미팅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난 한사람에게 집중하고 싶었고, 소개팅도 여러사람의 중론에 따라 먹을 것,
갈 곳을 정하기 보다는 상대와 함께 좀더 주도적으로 우리의 취향에 맞게 결정하고 싶었다.
또한, 장래 희망이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진 않았으나, 그중 해보고 싶었던 직업 중 하나는 심판이었다.
물론, 심판도 게임의 룰에 따라 공정하게 판정을 해야하지만, 심판의 휘슬 하나로 경기를 중단 시킬 수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역시나 주도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최종적으로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나에 대해 한 말이 결정적인 힌트가 될 것 같다.
‘우리 둘째는 절대 지 머리 위에 다른 사람 있는 꼴을 못본다고...’
그렇게 찾기도 어렵고 인정하는 것도 내 맘대로 안 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은 '자신 없음'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채용 면접에서 불합격에 가까운 단어들이 있다.
'내성적', '예민', '혼자' 등 이겠다.
하지만, 예민함은 섬세함으로, 내성적은 깊고 안정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처럼 모든 성향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MBTI에서 리더로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타인의 눈을 의식하여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성격 유형을 골라 외우고 다니는 가면놀이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필요하다.
면접에서 '저는 예민하고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자신감.
그 자신감으로 매번 채용 면접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면 어떡하냐고?
다년간 수천 명의 면접을 봐본 경험으로 보건대,
일정 수준 이상의 면접 경험과 채용 기준을 가진 유능한 면접관이라면, 내성, 예민, 혼자와 같은 자신의 성향을 솔직히 얘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불합격시키진 않는다.
그보단...
셔츠의 옷깃이 구겨진 걸 자기만 모르는 사람처럼, 자신의 성격을 떳떳하고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자신 없음과 투명하지 못한 성격을 더 큰 탈락의 이유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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