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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를 許(허)하소서

세탁소와 미용실이 회사에 있는 이유

by Phd choi 최우수


조직 중심의 사고는 많은 선택의 기준을 조직의 입장, 즉 효율성과 평균성 중심으로 맞추게 한다.


그래서 조직 내 무심히 지나치는 경험 중 오래된 조직의 대명사인 군대에서 시작된 것이 적지 않은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체급식이다.

단체급식의 메뉴, 주방시설, 인력운영, 식당 심지어 식판까지 단체급식의 핵심 요소와 프로세스들은 제한된 시간과 공간, 인력으로 최대한 많은 인력들의 식사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체급식으로 해결하는 한 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단체급식을 먹느냐 안 먹느냐 뿐이다.

일단 먹기로 했으면, 선택지는 거의 없다.

(물론 요즘엔 카페테리아식으로 한양중일식의 다양한 메뉴를 내놓거나, 채식과 같이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메뉴도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선택과 언행은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의 취향과 욕구는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

한식이 나온 구내식당의 메뉴를 보고 자장면이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걸 어찌 막겠는가?


어떤 조직이 새로 사무실을 옮겼다.(당연히 임대다.)

잘 나가는 회사가 아니기에, 공간을 옮기면서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오피스나 근사한 카페형 휴게공간 등은 언감생심이다.

기존에 있던 시설과 가져온 기물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사용자들은 전부 다 바뀌었는데, 사무실 풍경은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탕비실의 싱크대도 달랑 하나다.


어느 날 아침 싱크대 앞에 대여섯 명의 직원들이 한 줄 서기로 자신의 컵과 텀블러를 세척하기 위해 도열해 있었다.

남녀노소, 직급불문의 평등한 모습으로...


싱크대를 달랑 하나만 설치한 것은 직원수나 직원들의 사무실 생활패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그저 공간과 비용 그리고 가장 큰 감안 사항은 의사 결정권자의 취향과 판단만이 있을 뿐이다.

(사무실에 탕비실이 많아서 뭐하지? 일안하고 수다나 떨겠지...와 같은)

그 와중에 직원들 소통 촉진을 위한 카페테리아 설치나 동선 배치등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싱크대를 하나만 설치해서 비용전표 상의 비용은 세이브 됐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싱크대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직원들의 마음타령이 사치면 업무 몰입도는 어떨까? 조직에 대한 로열티는....?


이 조직에 모인 사람들은 상식적인 사람들의 호불호와 다른 기준과 조직에 대한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까?

회사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구성원들이 과연 업무시간이라고 분초를 다투며 치열하게 일할까?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의 복지제도가 선망의 대상으로 언론과 벤치마킹 대상으로 각광받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회사 담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이 회사 건물에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집안일 때문에 퇴근을 하기보다는 그걸 회사에서 해결하고 일에 몰입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혹은 미용실을 설치한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 이유였다.

(한 달에 한번 이발하는 건 남자들에겐 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누가 더 고단수인가? 답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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