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만난 건 세기말이었던 98년쯤, 군 복무 시절이었다.
게임은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하기에, 승률은 매우 낮았지만, 인터넷이라는 신세계를 통해 타인과 전투를 벌인다는 개념은 매우 신선했고, 나와 비슷한 한국인이 많아서 전 세계에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처음 대한민국에 탄생했다.
그 후로 게임 중계 프로그램, 게임방송사 심지어는 수천 명을 광장에 모아놓고 결승전을 치르는 대장관을 연출하게 됐다.
임요환, 홍진호 등 지금도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기억되는 이름들이 있다.
스타크래프트 2가 10년이 훌쩍 넘어서 발매되었지만, 업그레이드가 아닌 옆그레이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오히려 10년이 넘은 스타 1이 리마스터로 역주행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스타 2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런 스타 2를 오랜만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비 오는 어린이날밤에 설치하고 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직 인터넷 저편의 사악한(실력이 좋은?) 다른 사람 유저와의 대결은 자신이 없어서, 컴퓨터와의 대전을 선택했다.
내 머릿속의 대전 게임의 상대로서 컴퓨터는 사전 제작 완료 드라마처럼 자신이 세워놓은 작전과 전략에 맞춰 게임을 진행하고 게임 중간의 상황 변화나 상대방의 의도에는 그저 기계적으로 대응했던 것으로 기억됐다.
그래서 약간의 설레발을 섞어서 나의 낙승(落勝)과 싱거운 대전을 상상했었다.
하
지
만.... 아니었다
10년 만에 돌아온 스타 2의 컴퓨터는 메뉴에서 'AI'라는 표현을 쓸 만큼 매우 영악해졌었다.
초반에 앞문을 걸어 잠그면 설마 했던 게임맵의 허점인 뒷길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여 나의 뒤통수를 쳤다.
초반에 상대방의 공격 러시를 그럭저럭 막아내서 자신의 계획이 뒤틀어졌다 싶으면, 그저 자신의 계획 중 두 번째를 꺼내드는 대신, 쓰윽 정찰을 보내서 나의 본진을 살폈다.
그리고, 내가 공중 유닛을 생산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공중 공격 유닛(비행기)을 잔뜩 뽑아서 보란 듯이 나의 병력 머리 위를 새카맣게 물들이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는 나의 병력 생산과 이동을 봐가면서 자신의 공격을 참아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병력을 몰아쳐서 나를 꼼짝 못 하게 한다.
마치 한때 즐겨봤었던 유튜브의 스타프로게이머의 게임 장면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몇 년 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전을 승리하여 사람들에게 AI의 성장을 각인시켰던 알파고가 연상됐다.
그때 알파고가 인간보다 위대한 장점으로,
AI는 1년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학습할 수 있으며(전기만 있으면 됨), 쉬지도 자지도 먹지도 않아도 되며 심지어는 게임 중에 감정의 기복도 없다고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그렇다, 십중팔구 AI도 학습(러닝머신)을 했을 것이다.
그 학습의 좋은 자료는 프로게이머들의 게임 리플레이 장면이었으리라, 거기에 나의 둔한 마우스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게 게임을 진행했을 것이며, 나처럼 위치를 잘못잡거나 실수해서 시간을 잃지도 않았으리라. (실제로 게임리뷰를 보면 분당 행위 수가 거의 나보다 두 배이상 많다.)
그리고 게임하다 초반 러시에 본진이 개박살이 나도 열받아서 이성과 전의를 상실하지도 않을 거다.
엊그제 신문에서 AI의 아버지(제프리 힌튼 교수, 킬러 AI 나올까 두렵다)가 두려워하는 AI의 미래가 SF영화의 한 장면만으로 치부하기엔 AI가 너무 많이 다가와 있는 듯하다.
더군다나 우리를 지켜줄 아널드슈워제너거도 이젠 나이 때문에 보호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은가.
(저 맵 안에 적들이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짐작하거나 작은 단서로 추측만 할 뿐)
AI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고, 스타크래프트 맵(map) 어둠의 장막처럼 감춰져 있어서 궁금하기도 하지만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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