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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May 22. 2023

겨우 한 가지 건졌다

사람이 변한다는 게...

대기업을 20년 가까이 다니다, 우왕좌왕, 좌충우돌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게 준비 없이 이직을 하게 됐습니다.

준비를 잘해도 어려운 게 이직이요, 새로운 직장에서의 적응인데, 대기업의 그늘에서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마냥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으니,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표현에 평균연봉 1억의 엄청난 S전자등을 떠올리진 말자)


새로 자리를 옮긴 곳은 기존보다 당연히 규모가 작은 곳이었고, 사람들은 똑같은 외양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살아온 환경과 지향점이 다르니 이것저것 서로 부딪히고 어색해하고 갈등하곤 했습니다.


거기다 아직 새로 옮긴 곳은 매우 낯선 외계 행성 같은 곳이라는 걸 모르고 나대는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내가 큰 조직에서 당했던 것처럼 지금 내 부하직원이라는 사람들도 똑같이 해도 견뎌내고 복종할 거라는 과대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욱 안 좋았던 것은, 자신감이 부족했습니다.

마치 상처받은 영혼처럼, 자신의 부족함이 혹시 들키기라도 할까 싶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경멸하는

'~척'을 참으로 많이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는 척, 가진 척)


결국 작디작은 조직에서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이 등을 돌렸고, 급기야는 근거 없는 혹은 매우 과장된 헛소문까지 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이 있었는지, 현재의 나의 생각과 태도에 큰 영향을 줬던 멘토(임원급)를 만나서 마지막 개선에 도전했고, 그 일환으로 향후 리더로서의 소통과 행동 시 엄수해야 할 'Do & Don't list'를 작성했습니다.

지금은 에세이 소재로 사용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지만, 그 당시엔 정말 매우 당황스럽고 치욕스럽기까지 했던 기억으로 생각납니다.


별로 즐거운 기억이 아니어서 인지, 리스트 중 기억나는 게 거의 없는데, 딱 하나 기억하고 실천하고 이젠 버릇이 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부하직원을 가급적 자리로 부르기보다는 자리로 찾아가거나, 부하직원이 내 자리로 오면 일어나서 응대한다.(최소한 의자에 앉게 하거나)"


나중에 읽어본 리더십 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위해서 가급적 상사의 자리로 직원을 안 부르는 게 낫다, 그 공간 자체가 직원들에겐 부담스러운 공감이기 때문이랍니다.


어쨌든 십여 가지의  'Do & Don't list' 중 딱 한 가지 성공했습니다.

굳이 성공률을 따지지 않아도 높은 성공률은 아닙니다.

나의 의지가 미약해서일까요? 아니면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였을까요?


의지 미약과 불가능한 목표가 이유로서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성공률이 낮은 건 내 착시 때문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지금 유일한 성공 사례라고 생각하는 항목 외에, 그날 이후로 난 많이 변하려고 노력을 했고 나름 지금의 위치에서 돌아보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나마 퇴보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리더들이 꼰대니 고인 물이니, 갖은 부당한 욕을 듣는 이유 중 하나가 손에 쥔 자신의 과거 시간을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편하고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어느 날 낯선 장소에 혼자 가서 항상 하던 산책이 아니고, 잠시 나무 그늘에 멈춰 서서, 항상 뭔가를 눈에 담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것이 아닌, 잠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면 그동안 안 들렸던 새소리와 주변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변하면 보이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제 유일한 노후 대책도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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