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감동은 언제 크게 오는가?
이미 알고 있어서 예상이 가능한 순간 보다도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이나 인물이 등장할 때 감동이 더 크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이벤트나 파티에 'Surprise'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붙을까?
Surprise는 제품 기획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과거 재직하던 대기업은 자주 위기를 강조하고 위기경영을 외치다 보니 십수 년 다닌 직원들끼리 우리가 언제 위기 아닌 적 있었냐? 는 자조 섞인 얘기들을 하곤 했었다.
이 정도면 위기가 환경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경영기법 중 하나가 아닐지 헷갈릴 만큼 위기는 이제 기업과 그 기업 내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상수(常數)로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위기라는 말을 들으면 약간의 긴장이 되고 집중하게 되는 건 수만 년 전부터 내려온 생존본능에 기인하지 않을까?
기업 내 대부분의 위기는 '돈'과 관련되기에 위기경영 선포에 맞춰 각 직능과 부서별로 내놓게 되는 위기경영 대책 수립 시 인사와 같은 지원부서는 소극, 간접적이고 대책 효과도 작아 보이곤 한다.
그래서 대책을 내놓으라 하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년도 숫자만 바꾼 듯 한 재탕, 삼탕 보고서로 귀결된다.
역시 과거 대기업 재직 시절, 회사가 비전 선포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문화와 경영혁신 운동을 시작했었다.
위기경영의 예에서 처럼, 인사부문은 아무래도 우선순위상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절 임원이 이런 주문을 했었다.
'모든 보고서 제목에 조직문화와 경영혁신 구호를 형용사로 붙이라고.'
가령 00월 인력운영 기획안이 있다 하면, 00 경영혁신을 위한 00월 인력운영 기획안처럼...
처음 그 지시를 전달받았을 땐 이유와 목적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혹평하는 직원들은 국문과를 졸업한 직원까지 동원하여 맞춤법이 안 맞는 것과 표현의 어색함까지 들먹이며 비난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변화, 혁신, 위기 경영시 대책이나 활동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인사부서의 모든 보고서제목 앞에 붙어있던 이런 형용사들이 경영진이나 변화담당자들의 입장에선 얼마나 고맙고 크게 다가왔을까? 새삼 되새겨 보게 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저 그런 문서와 미사여구 그리고 재탕, 삼탕을 기대했으나, 비록 문서의 내용이 재탕이라 하더라도, 제목 앞에 붙은 형용사 하나 만으로도 오히려 기대치가 높지 않은 인사부서였기에 더 큰 감동과 인정으로 다가오진 않았을까?
역시 감동 크기는 행위자의 기준이 아니고 그 대상의 눈높이와 기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실행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기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