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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Jun 17. 2023

내 보고서가 바꾸 받는 이유

일잘러의 공감능력

화창한 토요일 아침!

작은방에 아이가 창가에 물이 많이 떨어진다며 급히 아빠를 부릅니다.

화창한 하늘을 보건대 비 오는 건 아닐 테고, 어제, 그제 낮더위가 찾아오긴 했지만, 아직 아침부터 에어컨을 가동할 정도는 아니기에 실외기에서 떨어지는 물 떨어짐도 아닌 거 같았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창문에 붙어있는 에어컨 실외기 공간에 자연스러운 물 떨어짐이라고 보기엔 많은 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베란다 창문에 목을 빼고 대충 확인해 본 결과 두세 개 위층에서 물이 폭포수처럼(조금 과장 섞어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물은 당연히 맨 아래층뿐만 아니라 아파트 동의 출입구에 까지 물을 튀기고 있을 겁니다.


급히 관리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는, 세 층 윗집에서 아파트 실외기 청소를 했다는 겁니다.

순간 어이가 없었습니다. 비 오는 날 창문이나 방충망 청소를 할 수는 있지만 멀쩡한 화창한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늦은 주말 아침을 시작하는 토요일에 실외기 청소라니요...


확인되지 않은 긴급한 사정은 차치해 두고, 요즘 사람들이 타인의 불편에 대한 불감증이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의 잣대를 떠나서 내가 이렇게 하면 타인이 불편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판단과 언행을 삼가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 세상이 부드럽게 굴러가기 위한 필수적인 윤활유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러한 상대 불편에 대한 공감과 배려 대신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가령 최근 신문 기사에 나온 자녀가 무인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고 훼손했음에도 당연히 사과와 배상을 말하지 않고, 소송 결과 나올 때까지 배상하지 않겠다는 부모의 태도도 비슷한 경우로 보입니다.


굳이 주관적으로 이러한 풍조의 연원을 따지자면 정치권이나 리더급 혹은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먼저 이런 타인 불편에 대한 인식, 배려 그리고 조심 대신 법의 잣대를 들이밀고 교묘히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덕적으로는 책임이 있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와 같은 멘트가 이런 의식의 반영일 겁니다.


조직 내에서는 어떨까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무공간의 임대차 계약 갱신 보고 문서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참고로 이 문서를 회사 CEO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룹 경영진에도 보고 해야 할 자료입니다.

처음엔 이메일에 달랑 표하나를 넣고 난수표 같은 숫자, 단위가 천만원 단위인데 일원단위까지 기재했으니 난수표처럼 보인다는 게 과장은 아닙니다.

초안이기도 하기에 많은 잔소리보다는 몇 가지 중요 포인트와 보고 대상을 감안 등을 포함하여 수정 지시를 했으나, 가져온 두 번째 버전은 딱 지적한 내용만 수정해 왔습니다.

첫 번째 피드백의 이유와 배경에 대한 이해와 고민 없이 그저 오만상 다 쓰면서 지시한 것만 수정해 온 것이지요. 마치 오타체크 하는 마음으로요.


즉, 보고를 받는 사람의 불편에 대한 인지와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보고를 받는 사람이 이 보고 내용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보고 받는 사람에 대한 불편에 대한 인지와 배려가 단순 선행에 그칠까요?

아닙니다. 그 선행이 결국 일잘러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상대방의 불편에 대해 예민하게 인지하고 이를 자신의 업무에 반영하려 노력합니다.


조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조직의 의사결정권자들의 지지와 이끌어줌이 필수적입니다.

조직의 리더들도 보통 사람들이고 인지상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사결정과 업무에 도움되는 사람을 찾게되고 그들에게 고마워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성공하고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필연적입니다.


성공하고 싶으신가요? 혹은 왜 내 보고서는 자꾸 반려 당하는 지 궁금하신가요?

자신이 얼마나 타인(상사)의 불편을 중시하고 이를 도와주려고 했는 지 자문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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