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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Jun 25. 2023

리더의 몰락

리더의 성장은 어쩌나요?

하는 업무의 특성상 면접을 자주 보게 됩니다.

경력사원들에게 빠지지 않는 질문은 이직 사유입니다. 즉, 왜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로 오려고 하느냐 묻는 것입니다. 기본 질문이지만 지원자의 인성, 성과, 역량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기에 가끔 판에 박힌 대답을 하는 지원자에게는 꼭 재차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이직 사유 질문에 매우 자주 나오는 판에 박힌 답변 중 하나가 "자기 커리어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대답 자체가 와닿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런 대답을 받은 후에 재차 물어보면 좀 더 진실에 가까워 보이는 답을 하는 걸 봐선 자기 커리어 성장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최소한 첫 번째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닳고 닳은 면접관의 편견을 잠시 옆으로 밀어 놓으면 이직하면서 자기 커리어 성장을 위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게 돈을 더 받기 위해서든, 좀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든 혹은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을 피해서든 결국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성장을 위한다는 것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리더의 덕목과 의무 중 하나가 요즘은 부하 직원들을 성장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석세션 플랜(succession plan)처럼 좀 더 크고 높은 후계자 양성까지 그 의무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조직 내에서 뭔가 배우는 수단으로써 7:2:1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70%는 경험, 20%는 코칭이나 피드백 나머지 10%가 학습과 교육을 통해서 뭔가 배운다는 것입니다.


결국 리더가 거의 성장의 90%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의 커리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큽니다.

심지어 요즘 세대는 '성공'보다는 '성장'을 더 원한다는 그럴싸한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직에 대해서도 경계심이 덜하고 자신의 경력과 성장이 우선이기에 조직의 가치보다는 타인이 보기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선택을 더 중시하곤 합니다.


리더 본인의 성장은 어떨까요?

리더도 조직 내 직급의 최고위급이 아닌 담에야 상사가 있기 마련이지만, 자리가 위로 올라갈수록 뭔가 배운다는 느낌은 좀 더 간접적이고 눈에 잘 띄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리더십이나 조직관리 측면에서 리더는 아랫사람이나 후배들과의 관계와 소통 속에서 성과를 창출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의 성과조차 직접 문서를 쓰고 실무선에서 조율하고 발로 뛰기엔 업무 영역이 넓어져서 일일이 챙기기 어렵고, 요즘 극혐하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원건 원치 안 건 간에 권한 위임을 하게 됩니다.


리더의 성장, 배움 그리고 성과도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에 의해 좌우되는 건 다른 구성원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리더는 구성원들 입장에서 성장에 도움이 되질 않으면 다면평가 등을 통해 그 자리에서 탄핵당하는 것도 종종 듣고 보게 되긴 합니다.

직원들의 경우에 거의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특히 '좋좋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기업 이하의 조직에선 대부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있는 사람들에게 회사 다녀줘서 고맙다는 자세를 취하곤 합니다.


굳이 대기업과 그보다 작은 기업의 직원 역량의 차이를 강조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학교가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에선 각 대학의 수준별로 인력의 역량과 태도의 차이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어떤 모 중견기업(매출이 1조원대인)의 CEO가 자신들의 공채 신입사원의 수준이 대기업 못지않다고 자랑하여 신입사원들의 출신 대학을 들여다보니 소위 말하는 'SKY'출신은 20%도 안되어 보였습니다.

제가 다년간 재직했던 대기업은 그 비율이 최소한 50% 이상은 되었고요.

저도 'SKY'출신이 아니지만 거기 출신들이 입사 후 일정 시간이 이르면 그들의 성과, 태도, 입지가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말만 되면 나오는 대기업 임원 출신 대학교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들과 일하면서 자극도 받고 진정 새로 배우는 경험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그렇질 못합니다.

과장급(10년 내외) 정도에게 조직이 원하는 직무 역량과 성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최소한 어떤 과제를 주면 정답은 아닐지라도 완성된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합니다.

음식으로 치면, 자장면을 주문했으면 맛은 고객의 취향과 희망에 안 맞을 수 있지만, 누가 봐도 자장면의 외양과 색 그리고 재료 조합을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식당에서 자장면을 주문했더니, 양파, 밀가루 반죽, 물, 돼지고기 등을 쟁반에 받쳐서 가져오는, 식재료 전처리 수준 밖에 못하는 수준이라면 리더에게 성장을 위한 경험이 될까요?

태도와 마인드 또한 딱 그 수준이라면요?


아무리 리더가 높은 코칭 능력을 가지고 이를 발휘해서 피드백을 준다 한들, 대상자가 태도, 마인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를 실행할 능력이 없다면, 리더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눈높이와 능력에 맞는 낮은 수준의 피드백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오타 수정 정도의)

가끔은 답답한 마음에 직접 업무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위에 말한 업무의 다양성과 마이크로 매니징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이 또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런 시간과 경험이 반복, 지속되면 리더도 서서히 소위 '바보'가 됩니다.

그리고, 일과 성장의 분리를 통해서 일은 딱 욕 안 먹을 정도만 하고, 자신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위해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은 별도로 업무와 떼어서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리더의 성과와 몰입은 아무래도 일과 성장이 함께 할 때보다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테고요.


오늘도 밥벌이의 지엄함과 아직 오지 않은 다음 이직 제안으로 현 위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더 이상 이 조직에서 이들과 뭔가를 도모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약직이라는 임원의 아킬레스 건에 의해 일회용 배터리처럼 언제 갈릴 지 모를 불안감 속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뭐 다른 것 없나? 라는 조직의 습관성 싫증마저 발동되면 가을 낙엽처럼 쫓겨나는 신세가 될 겁니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미래, 폭포수의 절벽을 보고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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