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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Jul 01. 2023

마트와 시간

2023년 하반기를 시작하며

소비의 시대다! 그것도 大소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스**에 가면 신기한 먹거리와 물건도 많지만, 나와 같은 삼인 가족이 먹기엔 너무 큰 용량과 사이즈의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평균 판매가격이 마트보다 높은 편의점이 호황인 이유 중 하나가, 1인 세대나 소가족에 맞는 소량, 소포장 제품 덕분이라고 한다.


주말 대형 마트는 항상 붐빈다.

마트 건물 내 직접 물건이 놓인 공간보다 주차장이 더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가끔은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이다.

마트는 언제부턴가는 뭔가 사지 않더라도 여름 더위를 피해서와 같이 그냥 마실처럼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와 방문 목적을 간파한 마트는 이를 이용한 마법을 열심히 걸고 있다. 일단 물건이 가득한 마트에 가면 갈 때는 생각하지 않았던 뭔가를 하나라도 들고 나오게 만드는 마법 말이다.


마트에 높게 쌓인 물건과 어른도 태울 수 있을 만큼 큰 카트에 가득 담긴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현기증과 두려움이 생긴다.

현기증과 두려움의 이유는, 언제까지 이런 대형 소비가 가능할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다.

이런 제품을 만들어내는 자원들은 분명히 유한한 것일 텐데, 마치 화수분처럼 물건을 생산하고 쌓아놓고 이를 소비하는 걸 보면 신기함을 넘어 두렵다.


오늘은 7월 1일 본격적인 무더위에 가려지긴 했으나, 2023년도 어느새 반이 지나간 꽤 의미심장한 날이다. (이날도 빨간 날로 지정하면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의미를 부여할까?)

가끔은 시간도 마트에서 물건 사듯이 무한정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은 마트의 물건처럼 착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마트의 물건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고, 오늘 안 샀으면 내일, 다음 주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또한, 선한 지구인의 지구 지키기 의무 실천을 위해 마트의 물건은 약간의 자제를 통해 구매를 안 하면 그만이지만, 시간은 또 그렇게 아끼거나 저축되지 않는다.


결국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부여된,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주머니 속에서 야금야금 빼 쓰는 것이다. 인간의 평균수명 80여 년이라 하고 꽤 길어 보이지만, 돈 없는 노후는 재앙이란는 속설과 노년에 병마에 시달리는 기간등을 감안하면, 80여 년의 평균 수명 중 정상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보낼 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터이니, 80여 년이라는 시간이 여유 있다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인간의 문명이나 습관은 이러한 시간의 유한함과 허망함 그리고 위기감을 둔감하도록 만든 기제들이 아닌가 싶다.

모든 인간들이 어차피 제대로 된 삶이라는 기준으로는 100년은 고사하고 80여 년도 못살지만, 그 유한함을 극복하고 시간 활용의 밀도를 더 높이며 열심히 살기위해서도 ㅍㅣㄹ요하다.


오늘도 특별하지 않은, 별 계획 없는 주말을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앞서간 혹은 뒤따르는 사람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라는 셀프 가설과 검증을 통해 위안 삼으면서 내 시간의 주머니에서 야금야금 시간을 빼먹고 있다.

냠냠~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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