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이 있어야 재직이 가치롭다.
직장을 다닌 지 어언 24년째를 채워간다. 내 인생의 절반은 직장인이었다.
현재까지 살면서 일상생활(먹고 자고 등) 외에 가장 오래 한 것도 직장 생활이다.
언제까지 직장을 다닐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 내 인생에서 남은 직장 생활이 지나온 시간보다 길진 않을 것이란 거다.
연차에 비해 이직을 많이 한 건 아니다.
많이 하지 않은 이직조차 제대로 나의 의지로 이직 후에도 만족하며 다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엔 잡포털이나 내 경력기술서를 어딘가에 올려놓거나 내가 포지션을 보고 지원하여 이직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이번 이직 때도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내부인이 추천한 사람이었다.
그룹의 의사결정자들은 내부 추천인에 한 발짝 다가서 있었던 것으로 들었지만, 결국 나의 예비 보스가 그러한 내부 추천인의 입김을 경계해서인지, 자기가 데리고 일할 사람이라는 원론적인 주장으로 결국 나를 채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나이 40대 후반을 넘어 50대를 바라보는 내가, 어딜 가든 임원이나 매니저급이어야 하는 내가, 이번과 같은 공개적인 채용과 전형 과정을 통해서 입사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내가 인맥관리를 못해서든 나의 타고난 성향 탓이든 조직 내에서 호형호제로 대표되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하는 분위기와 의사결정 구조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런 인맥에 의한 채용이나 인력 운영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채용의 실패 확률을 낮춰준다고 애써 근거 없이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처럼 그야말로, 케바케(Case by case)가 아닐지...
예전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입사하면 직원 명의의 보증보험을 가입했다.(금융사는 아니었다.)
직원이 사고 칠 때를 대비한 그야말로 보험이었는데, 황당한 건 회사의 의심과 필요에 의한 보험료조차 개인에게 부담 시켰었다.
이처럼 내부 추천을 통한 신용은 당사자간의 믿음과 미래 보험일 뿐 조직을 위한 신용도는 그리 높지 않다.
조직은 골치 아프게 좋은 사람을 뽑는 고생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쉽게 사람을 뽑고 싶은 마음이 내부 추천인의 이기심과 자신의 조직 내 보험을 들고 싶은 욕심과 맞물려 내부 추천자를 채용하려고 할 뿐이다.
이번 이직을 통한 또 하나의 결론은 '내 능력과 의지로 다음 조직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자발적으로 웃으며 떠날 준비를 하자'이다.
그게 여의치 않을 때도 역시 억지로 마지막까지 미련의 끈을 붙들고 취업 시장에 얼쩡거리지 말고 깔끔하게 뭔가 새로운 일을 찾을 준비과 도전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