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재직했던 큰 회사는 보고서를 참 중시했습니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 중의 대부분은 보고서를 잘 썼거나, 현재도 보고서를 잘 쓰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중요한 보고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그 보달(보고서의 달인)을 중심으로 모이게 마련이고 그의 키보드 한타한타를 학수고대히며 바라보곤 했습니다.
조직의 승진과 보상은 그들의 몫이었고요.
큰 회사에는 보고서의 룰이 있었습니다. 서체, 크기, 줄간격 등등 원래 회사가 지정한 보고서의 룰 외에 보달이나 VIP들이 추가한 비공식 룰까지 추가되어 보고서의 형식 관련해서는 개인의 생각이나 개성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죠.
난 아쉽게도 보달은 고사하고 보고서 때문에 부서이동이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평균 이하의 보고서 작성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그 당시엔 위에 말한 보고서의 룰들이 다 쓸데없는 짓이라 여기며 셀프 위로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 큰 회사를 떠났고, 내가 보고서를 직접 쓰기보다는 남이 쓴 보고서를 읽다 보니 깨알 같았던 보고서의 룰이 왜 필요했는지 하나둘 깨닫고 있다.
모두 다 보고서의 목적과 연결됩니다.
보고받는 사람, 의사결정자들의 이해와 시간절약을 위함이다.
보고받는 사람은 자리의 위치에 비례해서 받는 보고와 보고서의 양이 방대합니다.
그런데 보고서 쓰는 사람마다 글꼴등 보고서의 형식이 다르면, 내용 이해와 의사결정은 둘째치고 가독성부터 떨어지겠죠. 비슷한 양식의 보고서 내용의 배치와 서술 방식은 의사결정자들의 보고서 이해와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올려줍니다.
보고서를 쓰는 사람들에게도 조직이 원하는 업무 사고와 일하는 방식을 학습, 트레이닝 할 기회가 됩니다.
보고서의 작성순서와 내용의 배열, 표와 첨부 등의 룰에 따르다 보면 천편일률적이어서 개성이 넘치는 보고자들에겐 지루하고 몰개성으로 다가올 수는 있지만, 보고자들의 업무 사고와 분석 방법을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통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하나의 조직DNA의 구성 요소입니다.
미래의 리더를 양성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큰 회사의 고위 경영진 치고 위에서 말한 보달의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즉, 그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은 인재를 선별하고 트레이닝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그 과정에서 역량과 성향이 안 맞는 사람들은 자연히 스스로 혹은 조직에 의해서 걸러지고 좀 더 본인의 재능에 맞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등으로 재배치될 수 있습니다.
조직의 DNA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
조직의 DNA 발현은 다양한 양태로 표출되지만 그중 하나가 의사결정의 과정과 결과입니다.
흔히 말하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 더 나아가 돌다리를 들쳐보고 돌밑을 확인하고 건넌다와 유사합니다. 돌다리가 없으면 만들면서 건넌다도 있습니다.
적자생존과 유전의 우성 열성인자처럼 조직의 DNA도 오랜기간 다양한 시도와 검증을 통해 결국 업, 시장 그리고 조직에 맞는 DNA가 세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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