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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Aug 09. 2023

주도해야 자유롭다

구보(驅步) 지휘자의 비밀

군대에선 달리기를 구보(驅步)라고 합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체력측정 항목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단거리, 장거리 달리기입니다.


10대와 20대 육체적으로 인생에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때나 50을 바라보는 지금이나 달리기는 매우 힘듭니다. 두 달 전부터 시작한 저녁 워킹(walking) 시에도 운동을 시작하여 워밍업이 되고 몸에 열이 올라오면 갑자기 달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고, 호기롭게 워킹에서 러닝으로 태세를 전환합니다.


하지만, 러닝 거리는 길어야 7~800미터 남짓입니다.


그렇게 평균 이하의 달리기 능력을 가진 내게, 군대에서의 구보는 꽤 부담되고 힘든 일과였습니다.

특히나 쿠션이라고는 사회의 슬리퍼만큼도 없고 무게는 요즘 경량 운동화의 10배는 됨직한 전투화를 신고 하는 구보는 정말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군대에서의 구보는 줄을 맞춰서 뛰는데, 지휘자(리더) 한 명이 줄 밖에서 구령(하나, 둘과 같은)을 넣거나 군가를 부르게 하거나, 등 지시와 명령을 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요.


구보를 하면서 가끔 이 지휘자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휘자 역할을 하게 되면 이상하게 맘도 편하고 힘도 덜 들며, 숨도 차지 않았습니다.

퍼뜩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숨차고 힘들면 달리기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사실 구보 지휘자 역할을 하면서 자기 힘들다고 구보 속도를 줄이는 일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결국 주도성과 책임감의 차이 아닐까요?

군대에서의 구보는 위에 말한 것처럼 앞뒤좌우 줄을 맞춰서 뛰게 되고 나의 페이스보다도 전체의 속도와 발맞춤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다 같이 군가도 불러야 하고 심지어 박수도 치고 다양한 액션을 하게 됩니다.

근데 그 액션은 당연히 지휘자의 지시에 맞춰하게 됩니다. 즉,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휘자는 자신이 능동적으로 계획에 따라 지시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숨이 차서 힘들면 자신이 구보를 멈출 수도 있습니다.(실제 그런 일은 흔치 않습니다.)


책임감 측면에선, 구보의 지휘자는 단순히 땅만 보고 달릴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속도나 각종 액션을 지휘하는 권한이 있지만, 같이 뛰는 조직 사람들의 페이스도 살펴야 하고, 구보하는 코스의 상태도 살펴야 하며, 시간도 확인해야 하고 등등 자신의 달리기 외 신경 쓰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러니 자기의 숨차오름이나 페이스는 최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 내 업무도 주도하며 책임감을 느끼며 하면 어떨까요?

아마도 지금 업무 외적으로 느끼는 불편, 부당, 동기 미부여에 대한 해소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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