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겐 초콜릿을 줘라
피드백은 조직 생활을 하면서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듣고 배웠습니다.
좋은 피드백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중한 피드백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 피드백은 주는 사람보다는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배척하면 그저 길거리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피드백의 수용성이 떨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부분 대상자의 단점이나 고쳐야 할 점들을 언급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개선하는 것은 더욱 힘들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블라인드(Blind)앱과 조직에서 시행하는 다면평가의 피드백 중 어떤 것이 더 받아들이기 나은가요?
저 같으면 차라리 블라인드의 피드백을 선택하겠습니다.
둘 다 익명성, 즉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긴 마찬가지지만, 조직 내 다면평가는 다면평가의 그 비수 같고 일방적인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 찬 말들을 쓴 사람들이 결국은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 국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라인드는 그나마 작성 용의자가 부서단위를 넘어서 회사내 누군가 중 하나일테니 뒤끝이 덜 할 수 있고, 회복탄력성의 여지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과연 나의 동료로서 나의 최소한의 이익을 지켜주고 상식선에서라도 배려해 주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회의 시간을 착각하고 두개의 회의 모두 의욕 있게 참석하겠다는 절 보며, 그 전날까지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말해 주지 않았고, 잘못 알고 있는 회의시간에 맞춰 회의실로 가는 나를 끝까지 그들은 천진난만한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최대의 인내심을 끌어올린 내게 그들은 자신들의 부작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곧바로 회의실로 호출하여 내 부당함과 억울함을 풀어냈겠지만, 그 호소가 아무 의미도 없고 그들은 귀막이 신공을 발휘해서 아무 소리도 접수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내 성(城)-파티션에 둘러싸인 자리-에 들어앉아 분을 삭이며, 흐트러진 내 마음과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대신 그들의 자리로 다가가 집에서 가져온 달달한 초콜릿 한 봉지씩을 안겼습니다.
아직 초콜릿은 입안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웃음, 멘트와 함께요.
옛날엔 그렇게 먼저 손 내미는 것이 내가 잘못한 것도 없이 지는 것 같고 자존심 상해하며 몇 날 며칠을 표정과 마음에서 털어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원수에게 초콜릿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게 이기는 방법임을 잘 알고 있고, 평소에 계속 지고 있는 그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방법이니까요.
그래야 그들과 나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해야할 역할이 유지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