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애 교수의 여백서원
ebs 채널은 본방사수를 하진 않지만, 가끔 채널을 돌리며 채널 유람을 할 때 종종 멈춰서 보는 프로그램들이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건축탐구-집'이다.
전국의 각 개인들이 자신들의 취향, 스토리, 꿈을 담아 스스로 지은 집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집 지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 꿈, 목적처럼 집의 크기, 터, 모양, 구조, 자재까지 다양하다.
프로그램 중에 집의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외에 집주인들과의 인터뷰가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고,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주인 부부와 가족들이다.
어젯밤도 채널 유람 중에 우연히 발견한 프로그램에서 역시나 한적한 시골(경기도 여주) 배경의 한옥이 소개되고 있었고, 집주인은 백발의 자그만 체구의 여성 노인이었다.
그런데 몇 마디 인터뷰 답변을 듣다 보니 말하는 표정이나 내용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73세, 전직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단어 하나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고, 말하는 내내 떠나지 않은 미소와 여유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원래 채널유람은 5분을 넘기기 어려운 법인데, 어제 그 프로그램은 십여분이 넘도록 계속 시청했다.
나중에 여백서원을 키워드로 찾아보니, 이미 이곳은 최근에 꽤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최신 유행과 인스타그램 스타와는 좀 다른 그들만의 핫플레이스였다.
집주인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몰입 그리고 욕심이 방송 프로그램과 매체 인터뷰에서 뿜어져 나왔다.
인터뷰 중에 나온 부모님과 집주인의 살아온 삶의 궤적을 들어봐도 삶이 공부와 지적 욕구 충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독일의 괴테를 평생 연구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심지어는 본인이 인간 시간의 유한함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기약할 수 없을 지도 모를 일들을 열심히 시작하고 진행 중이다.
문득 말 잘하는 비결은 결국 내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이 들어있고, 내가 그 대상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했음에 비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브런치에 올린 이백여 개의 내 글들도 나름 내 경험과 지식을 문장화하여 정리한 것이며, 이 글 속 내용은 다른 주제에 비해서 내가 또박또박 전달할 수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결국 공부다. 어디서 들어본듯한 지식이 아닌 내 머릿속을 한참을 타고 돌아서 내 머릿속에 영원히 지문처럼 각인될 지식을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