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까지 10층 건물에 엘베가 화물용까지 도합 3개가 있다. (난 중간층에 근무한다)
평소에도 오르락내리락 쉴 새 없이 움직이지만, 12시를 전후한 점심시간엔 더 분주하고 위층에서 사람이라도 많이 탈라치면 한두 대 놓치거나 운이 없는 날은 포기하고 계단으로 걸어내려가기도 한다.
여러 회사가 입주해 있는 회사지만, 돈 많은 게임회사 계열사는 지하 1층을 자신들만의 구내식당으로 활용한다. 대부분 20, 30대 직원들이고 그들의 회사 전용 신발로 착각할 정도로 다 같이 슬리퍼를 신은 사람들이 그날도 엘리베이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건물 1층에는 식당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역시나 요즘 MZ세대 사내 복지 최애템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등하원 시간이 아닌 시간인 12시 점심시간에 드물게 4살 언저리의 여자 아이와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1층에서 붐비는 엘베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사실 세상에 답답한 상황이 한둘이 아니지만, 사람으로 꽉 들어찬 엘베도 답답한 상황 순위로 보면 상위 순위에 들 것이다. 가끔은 답답함에 눈을 감고 빨리 내가 가고자 하는 층으로 가길 기원하며 그 순간을 참곤 한다.
역시나 똑같은 감정이었는지, 아니 사실 키가 1미터 언저리인 아이의 눈높이에선 더 답답했을 것이다.
심지어 마스크까지 하고 있었다.
아이는 엘베에 타자마자,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고, 결정적인 멘트도 날려줬다.
"사람이 많아서 답답해."
지하 1층 식당을 가기 위해 내리려던 엘베 가득 타고 있던 사람들의 웃음이 순간 터졌다.
그들이 우르르 다 내리고 난 뒤,
공교롭게, 아이와 아빠 그리고 나만 남았다.
그 순간 아이와 내 눈이 일초 정도 마주쳤고,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와서 안겼다.
정확히는 내 다리를 안고 웃었다.
아! 나그네의 두꺼운 외투를 벗겼던 해님의 위력이 이보다 더 했을까?
나도 모르게 밝게 웃고 아이의 미소에 눈맞춤 해줬다.
순간 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즉,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난 그 아이가 왜 그랬는지 그 마음을 모른다.
마치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서 애태우던 연애 초보자의 마음처럼 그리고 영원히 두 사람만의 비밀로 남은 그날의 비밀처럼,
그날 아이의 미소의 이유는 영원히 비밀로 남았다.
그 미소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