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저전력 모드를 준비할 때
유명한 글로벌 배터리 상표인 에너***가 있습니다.
휴대폰 그보다 더 배터리가 중요한 전기차가 나오기 훨씬 전인 건전지 시절부터 배터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오래가는 것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영화 대사에도 등장할까요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영화'짝패')
백 미터 달리기처럼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승부가 결정 나기도 하지만, 인생처럼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승부들이 삶에는 더 많습니다.
10대와 20대를 통해서 한참 준비하고 30대와 40대를 거치면서 뭔가 인생의 혹은 주어진 소임에서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유유상종이라고 다들 비슷한 삶의 궤적을 갖고 사는 것 같아서 한참 인생의 배터리가 힘을 발휘할 때는 우열을 알 수가 없습니다.
마치 에너*** 배터리나 다이*에서 파는 저가형 배터리가 구분이 안 가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제 나이 앞자리가 '5'자로 바뀌면서 그 인생의 배터리의 수명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까지 나란히 옆에서 뛰고 있던 사람들이 어느새 저의 뒤통수를 보면서 뒤쳐져 따라오기 시작하고 내 앞에도 역시 뒤통수를 보이며 멀찌감치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당장 에너*** 배터리 광고의 토끼처럼 멈추진 않겠지만 서서히 그 속도와 활동성이 떨어지고, 계속 밀려오는 미래와 주변의 도전에 적응하고 응전하는 힘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과거엔 극복하고 도전하여 나의 힘과 능력을 자타 공인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던 것들이 슬슬 피하고 싶은 그 무엇인가로 돌변하여 다가옵니다.
결국 이렇게 또 인생의 새로운 一幕(일막)이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인생도 스마트폰의 저전력 모드를 준비해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