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의 유산
퇴직 직원 중 성격이나 업무 방식이 흔히 말하는 충청도 스타일인 A직원이 있었다. 마침 고향도 충청도였다. 항상 밝은 표정과 미소였고, 인사도 요즘 직원들 답지 않게 다소곳했다. 갈등 상황에선 좋은 게 좋은 거, 중립, 회색지대 같은 성향도 보였다. 하지만 일은 곧잘 했고 특히나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을 때 결과 중심으로 어필하려고 했던 건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만화 스머프의 "투덜이 스머프"의 반대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장점이 많았던 그 직원의 성향과 업무 방식의 단점이 보인 건 그 직원이 퇴직하고 난 뒤였다. 그동안 그 직원은 퇴근 시간 이후에 전화가 와도, 그 업무 방식과 기준이 맞지 않아도 그저 내가 감수하면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업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주변에서 A직원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겉으로는 아무 문제도 개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직원의 퇴직 사유가 오히려 이렇게 참으면서 문제 제기 없이 업무를 수행한 것에 대한 인내의 한계와 성장에 대한 갈증이었다.
나중에 새로운 담당자가 와서 A직원의 업무를 인수받아 수행하면서 피드백을 받아보니, 결국 A가 참고 견디며 이해하고 넘어갔던 업무 프로세스와 결정이 업무나 조직을 위해서 썩 좋은 결정은 아니었었다. 오히려 그 직원의 성향이었기에 수용 가능했고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물론 A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얼마나 희생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까를 생각하면 동정과 감사의 마음이 크지만, 업무 개선이라는 측면에선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결과론이지만 결국 많은 문제점과 개선점이 감춰지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마치 운동에서 나쁜 자세가 반복되어 몸에 굳어진 것처럼 그 조직 내에서 너무나 당연히 여겨지고 잘못된 업무 프로세스가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퇴직 후 개선을 하려고 하니 그 인고의 세월이 오히려 개선의 장애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지속적인 업무 개선과 혁신을 위해서는 투덜이 직원이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 인사, 조직, 커리어에 관한 고민이 있으신 모든 독자분들...같이 고민하고 해결을 위한 개인 컨설팅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