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사람들의 케미 도전기
제목이"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 제목처럼 주인공 세명(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의 캐릭터가 각각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었던 액션 영화였다. 세명이 원하는 것은 일확천금의 보물이었고 방법도 공히 폭력이었지만 왠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이라고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구분이 되는 신기한 영화였다.
경영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에 위 영화 캐릭터 세명처럼 각각 출신도 법인 근무 경력도 하는 일도 다른 세명의 고참급 직원이 있었다. 경영진은 내심 그들 3명이 환상적인 호흡과 더불어 인간적으로도 잘 섞이고 교류하여 법인의 위기 타개의 선봉장이 되길 바랬지만, 중간 평가 결과는 영 시원치 않아보여서 고민이 컸다.
이들 세명의 조합이 결국 실패한 이유는 뭘까?
첫째, 조직 차원에서 이 세명이 협업하며 시너지를 낼 시스템이 없었다. 심지어 사업부장조차도 사람과 조직을 조직하고 시스템화 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고 사람간에 갈등 해결을 위해 싫은 소리 못하는 스타일이라 이들의 불협화음과 부조화를 방치했을 것이다. 세 사람의 업무 영역인 경영관리/재무, 영업, 생산관리는 본연의 업무 영역만으로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으므로 새로운 과제가 부여됐어야 했으나 이 또한 부재한 상태로 그저 각자의 영역에서 협업과 시너지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둘째, 사람은 각자 잘하는 것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나름의 성공 경험에 기반한 믿음(고집)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잘하던 사람을 모아두면 뭐라도 나오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은 종교적인 믿음에 가깝다. 그 믿음에는 의사결정자에게 보여준 그들의 순종과 배려, 이해에 대한 좋은 기억도 한 몫 했을 거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그 때 그 사람 앞에서만 벌어진 일이기에 이미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세 사람의 판단 속에 과연 이 구도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만 보였을 지도 의문이다.
셋째, 이 조합은 위, 아래가 없다. 굳이 남성이라는 성별을 들먹이지 않아도, 두사람만 모여 있어도 나이며, 학번이며 기타 뭔가 서열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해서 서열을 가리려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사실 서열을 따지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리더는 그것이 꼭 지시와 복종을 위함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니까. 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때 자신이 이들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싶어하는 지위 욕구(need for status)에도 부합한다. 한국인 특유의 겸손이 이러한 수평 조직에서는 오히려 해야할 일을 미루거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결국 조직 구성원은 기적을 만들기 보다는 주어진 과제와 역할, 자원 속에서 예측 가능한 혹은 약간의 높은 기대치의 성과를 내는 존재들이다. 오히려 그들에게 이유도 근거도 없이 그저 잘해주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기회 손실이요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