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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Feb 17. 2024

햇볕에 빨래를 말리며

빨래 마르는 소리

인간의 생활에 큰 변화를 준 발명품 중 하나가 세탁기라고 한다. 세탁기 덕분에 고된 가정 노동 중 하나인 빨래에서 특히 여성들이 해방되었다.

빨랫감은 빨래하는 과정을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미완성, 세탁기에서 돌아가는 빨래는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 그 후 탈수를 거쳐서 나온 빨래는 거의 완성 단계지만 빨래 완성품은 아니다.


요즘은 세탁기를 넘어서 대부분의 집에 빨래 건조기가 있다. 와이프도 대부분의 빨래는 탈수 후에 건조기를 돌린다.

하지만 난 날 좋은 날 볕 좋은 양지에서 말리는 빨래를 더 선호한다.

물론 와이프는 꼰대의 추억일 뿐이라고 매우 반대한다. 하지만 오늘 같이 아내가 집에 없고 나 혼자 빨래를 널어야 할 때 그리고 또 화창한 햇살이 있는 날엔 난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용히 빨래를 앞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 넌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와서 빨래 물기가 건조됨을 손으로 만져가며 확인하면서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건조기는 한시간 넘게 소음을 발생시키지만, 햇볕밑 말라가는 빨래는 바람 속 처마밑 풍경 마냥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마치 빨래가 말라가는 신호처럼


만족감의 너머에는 햇볕에 바짝 마른, 건조기에서 말린 빨래와는 다른 빨래의 바삭바삭한 촉감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다.

그리고 더 너머에는 지금보다 훨씬 불편하고 가진 것도 없었던 과거에 대한 추억이 있는 것 같다.

그 추억에는 지금 곁에 없는 사람들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내가 있다.


냄새나고 더러운 빨랫감이 빨래와 건조를 거쳐서 다시 옷장으로 돌아가듯이 나의 과거, 현재, 미래도 빨랫감처럼 선순환, 일신우일신하길 기원한다.


지금이 혹시 빨랫감처럼 힘들고 구겨진 시간이라 해도 빨랫감이 세탁후에 말라서 다시 옷장으로 가듯이 다시 바삭바삭한 시간이 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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