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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Feb 10. 2024

들리지 않는 소음에 깨다

윗집의 명절 루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에 산 세월만큼 위층이 없는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소음


이 두 가지 경험과 성향이 합쳐져서 층간소음에 예민하다.


위층은 처음 이사 올 때부터 별로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많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내 머리 위에 사는 사람과 화목한 적은 별로 없었다.


지금 사는 집과 몇 년을 지내니 이 사람들의 하루 혹은 일상의 루틴을 강제로 알게 됐는데, 이 사람들은 명절에 큰집 역할을 한다, 즉 차례를 지낸다.

이는 자기들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주관적으로 확신하고 행동해도 명절 연휴 아침잠을 깨우는 층간소음을 유발한다.

특히 이때 발생하는 층간소음은 일 년에 한두 번 발생하는 익숙하지 않은 층간소음으로 더욱 귀에 거슬린다.


층간소음이 참기 힘든 건 소음 자체가 주는 불쾌감 외에 사실 소음을 발생시키는 원인 제공자에 대한 감정적인 게 더 크다.


오늘 아침(설날)도 새벽 5시쯤 낯선 소리에 첫잠을 깼다.

그 순간 명절 소음이 시작됐다고 생각했고, 숙면을 위한 마음의 평정심이 깨졌다.

재빨리 소음방지 귀마개를 착용해서 소음은 차단했지만, 마음의 평정은 쉽게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시간여를 반수면 상태로 헤매다 창밖이 밝아진 8시 넘어 일어났다.


차례와 평소 다른 방문객이 왔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내 맘속엔 차례가 지내졌고 사람들의 분주함이 걱정과 불만을 한가득 채우고 갔으니까.


세상 걱정 마찬가지다, 사실과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걱정하느냐가 전부다.

명절 아침 소음에 대한 걱정은 전날밤부터 이미 시작됐었다.


들리지 않는 소음도 내 마음과 생각을 더 큰 소음으로 지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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