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다양성에 인정과 대처가 중요한 이유
사무실 1층에 건물 입주사 직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이 있다. 주 연령대는 만 3~6세 정도 돼 보인다. 아이들의 일상도 당연히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서 인지, 하루 중 오전 11시 전후에 창밖에서 아이들 고함 소리가 들린다. 가끔은 애들 목소리보다 선생님 목소리가 더 크다. 추측컨대, 아이들이 야외에서 노는 시간인가 보다. 가뜩이나 코로나 등으로 인해 야외 활동이 부족할 텐데, 애나 어른이나 볕 좋은 날 밖으로 나가는 건 나가서 일하는 것만 빼곤 다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 소리에 이끌려 건물 창문에서 아이들 노는 걸 보게 된다. 애들 노는 걸 보면, 참 사소한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철철 넘친다. 별것도 없는데 그저 친구들 뒤를 따라서 그 좁은 공터를 몇 바퀴든 뛰는 걸 보면 그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하며 신기하기까지 하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는 대상이 애들마다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스테인리스 소재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가로등 기둥을 한참이고 바라보고 만지고 있고,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만들어 준 비눗방울을 계속 쫓아다니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마치 어른 마냥 볕 좋은 양지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치 '해바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인간 본성에 가장 가깝고 아직 사회화가 덜 된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은 참으로 호기심과 관심, 취향이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에서 단순히 남녀, 학력, 경력, 전공 등의 몇몇 기준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예단하고 분류하고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견하고 활용하는데 제한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조직문화는 3.0이라 칭하며 창의와 유연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한다. 이를 위해 많은 조직들이 호칭도 없애보고, 파격적으로 MZ 세대를 직책자로 선임하는 등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ESG 경영이 등장하면서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배려의 중요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 내 다양한 시도도 뛰어노는 어린이집 아이들의 성향처럼 개별적이고 독특한 고유의 개인 성향을 최대한 반영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성공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억지로 끼워 맞춘 제도, 리더십 아래서 개인들도 여전히 '조용한 퇴직'을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조용한 퇴직은 개인의 비윤리적이고 반조직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조직 내 환경에 적응한 결과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