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목)
오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항상 그렇듯 처음엔 유튜브를 보려고 잠시 시도했으나, 역시나 흔들리고 비좁은 지하철 안에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초점을 맞추고 동영상과 소리를 동시에 접수하는 건 내 집중력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금새 하던대로 라디오앱 음악 전용 채널에 접속한다.
오늘은 라디오앱 음악 채널의 DJ가 내 전담 DJ인지 마치 내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는 것처럼 내 음악 의식의 흐름에 딱 맞는 노래들을 연속으로 틀어주고 있다. 가끔 예측을 벗어나는 이름모를 노래들 조차도 음악의 의식 흐름에 파묻혀 쉽게 지나간다.
그새 창밖에 올해의 첫눈이 역시 항상 그렇듯
아무 소리도 없이 꽤 많이 쌓였다. 죽전역에 내리자마자 아내의 눈이 많이 쌓여 차가 못 움직인다는 카톡처럼 도로는 영화 속 설경마냥 차선이 이미 보이질 않는다.
과감히 들고온 우산을 펴고, 집까지 걸어간다.
일부러 땅만 보며 걸어간다.
이 시간에도 열혈 러너 한명은 러닝을 하러 풀장착을 하고 뛰어 나간다. 탄천길도 눈이 쌓여있을텐데 러닝이 가능할까?
부상없이 무사히 러닝을 마무리하길 기원한다.
나도 오후 뻐끈한 다리를 달래며 오늘 저녁엔 퇴근길에 헬스클럽에 들어서 잠시라도 운동하고 갈까하고 생각했던 마음은, 이미 봄눈 녹듯이 녹아서 내일을 기약한다.
내일 아침 출근길이 걱정이긴 하지만, 일단 맛있는 저녁을 먹고 쉬고나서 걱정을 해도 하고 싶다.
그 전에 걱정을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