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공격의 마음으로 평소와 같은 시간에 나왔다
역시나 결과는 비극
버스도 평소보다 10분 넘게 늦게 왔고 당연히 연착된 버스안은 만원에 길바닥이 얼었으니 도로위 차들은 거북이걸음으로 평소보다 step1을 마치는데 세배가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평소와 같은 시간 출발을 후회하는 마음없이 평소 지금 이시간에 도달했었을 지하철역을 가늠해본다.
평소같으면 고속터미널역은 도착했을텐데
땅위엔 눈이 쌓이고 자하철엔 사람이 쌓인다. 하지만, 지상은 아수라장이지만 지하는 평온한 편이다.
시간은 이미 지각zone으로 진입하여 맘은 급하지만, 지하철은 공감 능력이 없어서 자신의 스케줄대로 움직일뿐, 오히려 나를 포함한 사람들만 여유가 없어 보인다.
내 출근 step4인 9호선은 김포공항을 경유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처럼 가끔 큰 캐리어를 끌고 있는 외국인이나 여행객들을 보게된다. 오늘은 여행가는 기분에 들뜬 3인 가족을 봤다. 엄마와 딸은 평소에는 안했을 장난을 치며 여행 시작 전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얼마전에 들었다놨던 가족 해외 여행 일정이 떠올라서 부러움의 마음이 스치고 지나간다.
서둘러 탄 지하철안에서 손가락에 골무를 끼고 온몸의 바운스를 하면서 게임하는 겜돌이 아저씨를 봤다.
바로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계속 신기한 표정으로(별로 긍정적인 눈빛은 아닌걸로 보이고 한심하다에 더 가까워보였다.)쳐다보고 있었고, 나도 여느 지하철 겜돌이 보다는 제스처가 크고 유난스러워서, 티가 안나는 선에서 관람을 하게됐다.
처음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였지만, 어느새 게임회사 직원으로 신작 게임의 테스트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광활한 역발상과 공감, 공유 능력이 발휘되었다.
그리고 그 겜돌이는 공교롭게도 나와 같은 여의도역에서 내렸고, 골무와 스마트폰 없이 건널목 앞에 서있는 그의 모습은 여느 여의도 직장인과 다를게 없었다.
출근시간은 이미 지났고, 출근 허용 연장 시간 30분에 도착하기도 빠듯할 것 같아, 양해 톡을 팀 단톡방에 올렸다. 열심히 달려가는 이모티콘과 함께 “오늘은 땅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느리게 간다고…”
출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