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은 지난 4일간의 피로를 모두 끌어안고 가는 퇴근길처럼 다른날보다 더 피곤하다.
마치 지난 네번의 퇴근길에는 내일 또 출근해야 한다는 긴장감이라는 엄한 부모가 쉬고 싶다는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를 꾸짖듯이 참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금요일은 내일 출근을 안해도 된다는 사실에 그간 참아왔던 피곤의 잠금장치가 한꺼번에 풀리고 몰려오는 느낌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은 가장 붐빈다.
요즘은 지하철 밀집도의 악명이 신분당선에서 9호선으로 넘어온듯 하다.
오늘은 급기야 여성 한명이 호흡곤란으로 땅바닥에 주저앉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겪고서 올라탄 지하철은 역시나 사람이 겹겹이 쌓이듯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안에 실려 가다보면 가끔은 여기가 어디고 오늘은 몇일이고 나는 여기 왜 있지 하는 환각 증상을 느낀다.
그 환각 증상에는 현실 부정의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생각해보니 직장 생활 26년 중 가장 힘든 퇴근길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정신이 이런 출퇴근길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