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에 외부 미팅 약속이 있어서 평소보다 한시간 늦게 나왔다. 12월 들어서는 기본이 겨울 날씨기 때문에 큰 추위가 없다 뿐이지 아침 공기는 기본값이 춥다.
남향인 우리집 아파트 앞베란다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보고, 문득 소파에 앉아 TV켜놓고 멍 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점점 약속 시간까지 도착하기 위한 여유 시간이 소진되고 있음에 서둘러 이것저것 챙기고 입고 집을 나섰다.
9시가 넘은 시간 불과 한시간여전의 출근길이라는 정체불명의 괴물은 온데간데 없고 평상시의 한가한 지하철 속이다. 이런 날은 지하철도 제때에 온다.
분당선을 타고 50분 동안이나 準여행을 해야 하기에 여차하면 자리에 앉을 심사로 버릇처럼 향하던 출입구 쪽이 아닌 좌석 앞쪽에 자리를 잡아본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행운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세정거장 만에 왔다.
지하철 자리는 한줄에 7명이 앉는다.
한줄에 남자들만 7명이 앉는 건 거의 블록 끼어맞추는 수준으로 밀착해야 하고, 사실은 밀착 정도가 아니고 상대방의 팔이나 어깨 위에 겹칠 만큼 좁다.
그래서 지하철에선 웬만하면 서서 가는데, 오늘은 갈길이 먼 준여행이라 큰 맘 먹고 앉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불과 네정거장 만에 남자 셋이 나란히 앉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여 계획에 없던 자리 기부를 하고 훌훌 털고 일어났다.
심신의 자유를 위해서 아직 내릴 정거장은 10개 이상 남았지만, 서서 가기로 결심했다.
다리는 조금 아플지언정 내 팔다리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를 얻었다.
팔다리가 자유로워지니 이것저것 행동의 자유 뿐만 아니라 머릿속 생각도 자유로워져서 시간도 더 빨리 갔다.
그렇게 자유를 얻기 위한 결단의 시간을 뒤로 하고 오늘 아침 출근이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