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어떻게 직원을 몰입하게 하는가?
경기도 성남 판교역 근처 핫플레이스 하나가 떴으니 '카카오 아지트'이다. 이름에서부터 뭔가 새롭고 기존과는 다른 것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느낌이다. 이름은 ‘사람들이 자주 어울려 모이는 장소’라는 뜻의 영어 단어 아지트(agit)에서 따왔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증권, 카카오 벤처스, 카카오 임팩트, 카카오 헬스케어 등 계열사들이 차례로 입주할 예정이다. 판교역과 연결된 출입구로 들어서면 로비에서부터 카카오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면서 이곳이 카카오 월드임을 입증하고 있다.
요즘 2년여간의 코로나19 재택(원격) 근무를 마치고 다시 팬데믹 이전처럼 사무실 출근을 해야 하지만 이를 기피하고 더 나아가 이직의 사유로까지 등장하면서 사옥과 사무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여러 조직의 담당자들과 언론들의 벤치마킹 코스가 되고 있다.
이러한 카카오 아지트와 같은 근무 환경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하나는, 이런 근무 환경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역시 기업활동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 많이 소개된 미국 실리콘밸리의 ICT 기업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의 사옥과 직원 지원 프로그램도 궤를 같이한다. 과연 이들은 그저 많이 번 돈을 주체할 수 없어서, 세금으로 내느니 직원들에게 선심이나 쓰자는 생각일까? 아니면 사옥도 자산이니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 행위일까? -참고로 카카오 아지트는 20년 임대라고 한다. 카카오아지트 뿐만 아니라 캠퍼스라고 부르는 공간에 대한 투자와 회사 지원의 목적은 결국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업무 몰입과 성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가령, 회사 건물 내에 빨래방과 세탁 서비스가 있다 하자. 첫인상은 세탁 서비스가 업무 성과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독신이든 기혼자든 옷은 빨아 입어야 하고, 다림질도 해야 한다. 이걸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그만큼 맘 편히 업무에 집중하고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에 쫓겨 퇴근 시간만 되면 조급해지는 걸 줄일 수 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구내식당 등 각종 서비스가 다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로열티를 높일 수 있다. 위에 예로 든 실리콘 밸리나 국내의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는 대부분 급여 수준이 높은 공통점은 있지만, 결국 직접적인 급여 인상만으로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로열티를 높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허츠버그의 위생이론, 즉 불만요인을 채워준다고 해서 만족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위생이론 상 급여는 불만 요인이지 만족의 요인은 아니다. 대표적인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구성원 지원 제도 경쟁에서도 보듯이 이는 특정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또한 이런 시도의 저변에는 직원을 바라보는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직원에 대한 가치관이 맥그리거의 X이론 보다는 Y이론에 가깝다는 것이다. 구성원의 역량에 대한 믿음과 이러한 지원책이 불러올 조직 로열티와 성과 상승과 같은 선순환을 믿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공간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조직 내 리더십, 제도, 조직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간에 대한 관심은 곧 성과향상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 반대의 시선은, 카카오아지트를 단순히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다. 즉, 이것은 오너, 경영진이 구성원들을 어여삐 여겨 챙겨준 시설과 지원일뿐이다. 그러므로 세세한 공간과 아이템 결정 시에도 직원의 요구나 만족도보다는 극소수의 의사결정권자들 혹은 그들이 신뢰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와 취향만 반영될 뿐이다. 개념 자체가 회사의 성과와 연결시키질 못하니 언제든 상황이 바뀌면 축소시킬 수 있는 비용으로 보이며, 확장이나 개선 등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만족도도 시간에 흐름과 더불어 일관되게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연결된 구성원들의 요구는 그저 회사 상황 모르는 철부지나 cherry picker의 비업무적인 관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엔 회의실과 지원 시설을 노는 공간으로 인식하여 그린벨트 사라지듯 야금야금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