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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출근이 주는 나비 효과

평가권자에게 부담을 줘라

by Phd choi 최우수

추석 연휴가 지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조직 내 두 가지 화두가 떠오른다.

하나는, 내년도 사업(경영) 계획이고 둘째는 인사 평가다. 사업 계획이야 여러 부서와 많은 구성원들이 대부분 총동원되므로, 개인의 일이자 조직 전체의 일이라 개인 부담이 아주 크진 않다. 하지만, 인사 평가는 오로지 나의 일 년(혹은 반년)을 평가받고 이 결과에 따라 보상, 승진 등이 결정되니 아무리 태연한 척하려 해도 태연하기 어려운 구성원에겐 빅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평가권자에겐 고민과 결정의 시간이기도 하다. 학교처럼 시험 점수로 서열화하는 평가라면 얼마나 쉽겠냐만은 회사에서의 평가는 숫자로 표현되어 평가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영업직의 평가조차도 평가 시 감안해야 할 정성적, 숫자 아닌 요인들이 매우 많다. 가령 영업 실적은 좋은데, 마침 그 지역이나 품목의 경쟁사가 올해 폭망 한 덕분에 실적이 좋은 영업사원의 실적과 숫자는 이보단 낮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서 올린 실적을 숫자의 크기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대학 입학 사정관처럼 정성적인 평가가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로, 평가자의 전문성 부족, 이런 주관적인 평가에 대한 사회적 불신,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불신을 꼽는다.

결국 회사 조직 내에서의 평가는 등급은 명확하고 그 등급에 따른 차등이 꽤 크지만, 그 기준은 매우 애매하고 개인별 차이가 불명확하고 크지 않다. 그럼 결국 이런 작은 차이를 불러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평가권자에게 잘한 것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가권자에게 낮은 평가를 주는데 심적, 판단적 부담을 주는 것도 하나의 요령인 것 같다.




조직에 사무실 이전을 했다. 주말 간 이뤄진 공사로 이사업체가 자리 세팅을 해주고 개인 짐을 제자리에 옮겨줬지만, 포장 이사를 해줘도 집주인이 최종 정리와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처럼, 사무실 이전은 그보다 더 많이 자리 주인의 손이 가기 마련이다. 예전 같으면 일률적으로 30분 조기 출근 지침을 줘서 정시 근무 전에 정리를 하라 했겠지만, 요즘은 그저 권고 수준에 그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임원 한 명이 자기 자리 정리와 이전 작업 감독을 위해서 휴일 낮에 출근했는데, 마침 소속 팀장이 출근해서 자기 자리를 정리 중이었다. 전혀 기대 혹은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으로 꽤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마침 그 임원은 평가 철이 다가옴에 따라 슬슬 머릿속 팀장들의 평가 결과를 따져보고 있던 와중이었다. 결국 오늘의 작은 이기적인-자기 자리 정리하려고 나온 거니까- 휴일 출근 한 시간으로 이 사람은 최소한 평가등급 한 등급은 벌었다고 생각한다. 나쁜 평가 등급을 주려다가도 오늘의 모습이 평가권자의 양심의 종을 울릴 테니까. - "그래도 지난번에 유일하게 휴일에 나와서 자기 자리를 정리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있는데..."




평가받는 자들이여, 평가권자들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는 티스푼 하나를 준비해보자, 티스푼은 아부가 아니고 자기 관리일 뿐이다, 특히 가을이 시작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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