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스스로 일하는 방법
요즘 젊은 세대를 지칭할 때 MZ 세대라는 용어를 거의 습관처럼 쓰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90년대생에 관한 책과 기사들이 봇물을 이뤘는데 어느새 그 90년생들도 30줄에 들어섰으니 그들도 젊은 꼰대를 경계해야 할 때가 되고 말았다. 그런 신세대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꼭 해야 하는 설명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단어가 "왜?"이다. 즉 예전처럼 묻따식, 혹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왜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실행만을 요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어언 20세기 말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내겐 낯선 접근법이고, 우리 세대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모순적 특징인 내가 경험하지 못했으나 실행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이다.
최근에 사회봉사(CSR)의 일환으로 급여우수리 소액 기부(월 최대 천 원 미만)에 대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았다. 난 내심 90% 이상의 동의율을 예상했고, 아무리 조용한 반란이 있다 해도 80%는 넘겠지 하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제일 높은 부서는 80%를 넘기도 했지만, 결국 평균 40%를 하회하는 동의율을 보였다. 경영진은 젊은 세대로 구성된 조직 구성원들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한탄하며 기부 행사 자체를 철회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했고 무관심 정도가 추가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서 나 스스로에게 누군가 이 기부를 왜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고민을 해봐도 그저 좋은 일이고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당연한 말 외에는 적절한 설명이나 논리가 떠오르질 않았다. 추상적이고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요즘 핫한 ESG경영을 거론할 수 있겠으나, 이는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겐 이해되지도 와닿지도 않아서, 결국 이걸 왜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이 되어 주진 못할 것 같았다.
중간관리자를 넘어 임원과 같은 경영진이라면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하는 방법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좋지만 왜?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인지 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영화 도입부 웅장한 전투 장면으로 기억되는 영화"글래디에이터"의 장면이 생각난다. 주인공 러셀 크로우가 북쪽 야만족과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만반의 전투 준비를 마쳤음에도 부하들에게 이 전쟁의 당위성과 왜 이겨야 하는지를 짧고 굵게 연설하는 장면. 우리의 리더들도 세세하게 전투 방법과 대형을 알려주기보다는, 우리의 조직 내 업무 상황에서 그 이유와 목적이 강하게 공유되고 동의된다면 그 일을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구성원 스스로 찾고 묻고 연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