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도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가?
감사팀 업무를 잠시 수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 나라 기업들의 감사팀은 회계 감사 보다는 부정 감사쪽 비중이 높다. 나도 길지 않은 감사팀 재직 기간 중 대부분의 업무는 부정 감사 업무였고, 아무래도 돈을 직접 다루는 부서들의 감사 대상 비중이 높았다.
그렇다고 경영지원이나 인사 업무는 부정 감사 발생 가능성이 낮을까?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感으로 얘기하자면 절대 비중은 낮겠지만, 발생 가능성 자체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영지원 부문의 부정은 은근히 확인이 어렵고, 사람들의 認知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아서 잘못을 하면서도 잘못인 지 모르는, 좋은게 좋은, 의사결정 사항이라는 핑계로 은폐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좋은게 좋은의 경우는 대부분 회사 입장에선 분명 손해이나 그 대상인 사람들에게는 좋으니, 말없는 회사는 그저 침묵의 피해자가 된다.
성과급의 지급 대상 선정의 기준은 지급일인가? 성과급 산정 기간의 회계일 기준인가?
대부분의 회사들은 반기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그렇다면 성과급 산정의 회계일 기준 기간은 1월 1일부터 6월 30일 혹은 7월 1일부터 12월 31일이 될 것이다. 지급 대상은 기여도 측면에서 통상적으로 3개월 수습기간을 준용하여 입사후 3개월이 미달된 직원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3개월이 넘은 사람은 6개월 중 재직 기간을 일할 계산하여 부분 지급한다.
어느 회사가 지급 대상 3개월 산정의 기준을 다른 산정 기준과 달리 6월 30일이 아니고 지급일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대부분 지급일 7월 마지막 근무일이기에 지급일 변동에 따른 대상자 선정 기준은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고 하나, 과연 이것이 성과급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것일까? 반기별로 지급하는 성과급의 취지와 지급 산정 기준을 6월 30일로 하는 것과는 배치되지 않는가?
이 조직에서 종종 들었던 경영진 마인드 중 직원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해준다라는 말이었다.(지급일로 대상 선정 기준을 정하여 못받을 성과급을 지급하면 직원들에게 유리한 것인가?) 참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에게 잘 해준다라는 조직문화는 좋은 것이다. 문제는 그런 조직문화의 그림자 속에서 이러한 애매함과 무원칙을 적당히 묻고 넘어가는 것이 용인되는 것은 조직문화를 빙자한 배임이고 속임수에 불과할 것이다. 때로는 부정의 소지도 있다. 이런 궤변 속에서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검토와 수정을 게을리 한다. 이런 와중에 조직문화의 최악의 장면은 언제, 왜 시작됐는 지 알 수 없지만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했으니 내일도 한다이다. 또한 원래의 취지와 목적과 다른 경우도 조직문화라는 단어를 그야말로 갖다붙이는 것이다.
애매한 조직문화라는 미명 속에서 회사는 배임의 피해자가 되고 원칙은 무너지며, 성과에 대한 동기는 무뎌진다. 그리고 인재들은 불공정하고 굳이 열심히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성과가 공정하게 인정, 보상되지 않는 조직을 떠날 것이다. 또한 공정성의 양축인 결과적 공정성과 과정의 공정성 그 어떤 공정성도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