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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02. 2022

AI만큼도 안 되는 공감 능력

인간이 AI에게 당할 수 있는 의문의 일패

 모 부서에서 행정업무- 그들이 말하는 걸 빌리자면 온갖 잡일, 자기들이 하기 싫어하는 잡일-를 하는 계약직 여직원을 한 명 채용했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기본적인 Job description을 요청하는 채용담당자에게 그런 일하는 사람도 그런 게 필요하냐는 비정상적인 사고와 피드백을 했으나, 채용담당자와 조율과 우여곡절 끝에 채용이 이뤄졌고, 곧바로 다음날 출근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 기억에 최 단기로 기억될 듯한데, 출근 후 정확히 세 시간 만에 그 직원은 못 다니겠다며 퇴직 의사를 밝혔고, 인사 부서의 면담과 만류로 퇴근하면서 일단 퇴직 의사를 보류했으나 역시 하루를 못 가서 심야에 채용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 퇴직 의사를 확정했다. 




물론 그 직원이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회사가 불운했을 수도 있다. 그 인식이 맞고, 다음 사람이 무난하게 적응하여 그 인식이 맞음을 증명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앞뒤 여러 가지 정황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지금까지의 면면을 보건대, 그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즉, 그 척박한, 새로 온 사람이 한나절도 못 버티는 그런 환경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그 상황을 견디고 바람대로 롱런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의 대책으로 겨우 어리고 경험이 적다고 치부하는 고졸 여사원-생활 곳곳에 이렇게 성별과 학력에 대한 차별과 하대가 모 제약사의 면접관의 성차별 질문이 일회적인 개인의 실수가 아님의 증거라고 생각한다-을 채용하겠다는 자기들만의 신박한 대책을 세우고 있음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건 한편으로는 그 대상자에게 사기 치는 거 아닌가? 환경오염,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위기 속에서 그 영향을 온몸으로 아무 대책도 없이 받는 동식물들을 보며 그들이 살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이라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곤 한다. 하루에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관계를 맺는 이곳이 그러하다면 이곳에 좀 더 오래 있던 사람들이라고 멀쩡하고 행복할까? 아마도 그들은 이미 심신이 병들고 병이 만성화되어 통증을 못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입사 초기에 신축성이 없어서 출입하기 위한 ID 카드 태그를 하려면 몸을 밀착시키면서 이걸 왜 개선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문제의식은 점점 줄어들고 어느새 아무 생각 없이 그들처럼 행동하게 되는 걸 보며 환경과 조직 문화가 얼마나 중요하며, 지금의 경험과 시간들이 당장 밥은 먹여줄지 언정, 결국 미래의 가치를 끌어다 쓰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갉아먹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지식노동자에게 현재는 단순히 현실의 밥벌이 이상의 미래를 위한 씨 뿌리기인데, 이런 환경과 조직문화 아래에서는  미래를 위한 씨앗조차 현실의 배고픔을 위해 소모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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