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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02. 2022

실적 부진은 진실의 문을 연다

실적 부진이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

조직의 실적이 안 좋아졌고,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하강의 파고가 이제야 뒤늦게 순차적으로 몰려오는 느낌이다. 실적이 좋았을 땐 덮고 넘어가거나, 남는 걸로 벌충하던 부분이 이젠 드러나니 서로를 비난하거나 짜증 내는 등 조직 전체가 예민해진다. 그 결과 그간의 감춰졌던 조직의 약점과 치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수백 년 간 강물 속에 잠겨있던 암석에 새긴 경구(체코 엘베강의 "헝거 스톤"-나를 보면 울어라)가 드러난 것처럼.




 회의 석상에서도 날 선 말들이 오고 간다. 조직 내 분위기도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화선지에 먹물이 스며들 듯이 부정적이고 불안하며 날 선 분위기는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날 선 말들은 돌고 돌아 결국 경영진과 리더들에게 모아진다. 논리나 근거보다는 마치 희생양을 찾는 것 같다.

 날 선 말이라도 목표와 이유, 전략이 있다면 당장은 아프지만 미래를 위해서 그나마 쓰임이 있다고 위안 삼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날 선 말의 날카로움이 구성원들의 마음과 피부에 상처만을 남기고 조직의 분위기와 동기는 더욱 악화만 시킬 뿐이다. 날 선 말들이 전제하는 당연한 전제들이 모든 사람에게 당연할 수는 없는데, 그걸 당연하다고 전제해버리면 당연하게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겉돌고 스쳐 지나가버린다.




 회사의 전략도 다양해야 한다. 조직이 컨트롤할 수 없는 요인들이 증가하고, 컨트롤 범위 안에 있었던 요인들 조차 변화의 폭과 내용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부정적 다양성을 품은 경영환경, 인적역량과 물적 자원의 한계, 경쟁사 현황 등에 대응하여 생존하기 위해서, 과거의 전략, 전술, 인력 그리고 실행력 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야구 경기의 투수는 적게는 직구 빼고 최소한 1~2개의 변화구를 던질 수 있고, 다양한 구종을 가지는 투수는 4~5개까지 던진다. 직구 구속이 160km를 찍는 투수도 경기 내내 직구만 가지고 승부해서는 승산이 없다. 직구를 던지더라도 구속을 조절하거나 변화구를 섞어서 타자의 타이밍과 공을 보는 눈을 속여야만 범타나 삼진 아웃을 잡을 수 있다. 타자는 그 반대로 그런 다양한 구종에 맞춘 스윙을 가져가야 한다. 골프도 공식 경기에서 사용하는 클럽(골프채)의 개수가 무려 14개다. 다양한 거리, 필드 상태, 플레이어의 의도 등 다양한 상황에 맞게 클럽을 사용한다. 회사의 전략도 시장 상황, 경쟁사, 내부 역량 등을 감안하여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야 한다.




  조직(리더)의 경영 방향이 명확하게 정립되고 조직 최하부까지 전달돼야 한다. 최근에 메이저리그는 점수차가 너무 커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될 경우, 내일의 경기를 위하여 투수 대신 야수를 투수로 등판시켜서 배팅볼 수준의 공을 던지고 경기를 마무리한다. 물론 그렇게 던져도 모든 타자가 안타를 치는 건 아니니, 영 아무 생각 없는 전술은 아니다. 조직과 리더의 전술은 항상 장밋빛의 전술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퇴행의 전술을 선택할 경우도 있다. 내일과 다음의 경기를 위해서 투수를 아낀다는 전술 방향을 모르고 이와 같은 광경을 접한다면 구성원은 리더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조직의 분위기는 더 큰 혼돈과 불신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전진이건 후진이건 그 방향성이 명확하고 구성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로 조직의 전략, 전술은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결국 작게는 수십 명에서 수백, 수천 명에게 리더와 조직의 생각과 방향을 전달하는 방법은 이메일도 게시물도 아닌 직원 경험의 변화, 궁극적인 조직문화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므로 리더는 조직의 메시지를 단순히 텍스트나 음성이 아닌 직원이 체감하는 경험의 변화로 녹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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