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안빈낙도의 이유
도전거리가 없다.
이 조직은 수동적이다 극소수의 압도적인 지식과 경험, 네트워크로 세워졌고, 창사 00년이 다 돼가도록 그 비중이 여전히 높은 점이 조직원들이 극소수의 입만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극소수 조차도 그런 쏠림을 경계하고 후계자를 양성하기보다는, 아직은 그런 쏠림을 향유하고 있다. 그런 조직에서 생활하는 구성원에게 도전은 긁어 부스럼의 대상일 뿐이며 중간만 가도 절대 권위자가 알아서 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게 됐다.
도전할 줄 모른다.
비즈니스에서 도전이 의미 있으려면, 스포츠에서와 같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는 부족하다. 아니 어쩌면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나 이 조직같이 영세한 조직에선 더더욱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인다. 그런 이유로 비즈니스에서 도전은 매우 세밀해야 하고 도전의 기술을 아는 사람이 주도하거나 최소한 그런 유경험자의 조언 아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지식과 경험은 하루아침에 성취되는 것도 아니며, 혹여라도 이런 필요성을 인지하여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한다 해도, 그 전문가를 받아들여주고 인정해주어 전문가가 변화의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선 조직의 개방성과 유연성이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직은 아직 그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현 직원의 절반이 입사할 정도로 기존 문화를 대체해야 할 필요성과 환경은 무르익다 못해 넘치나 새로운 대체 문화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리더들조차 과거가 주는 익숙함, 편안함과의 결별 결심을 하지 못했다.
도전의 필요성이 없다.
엄연히 말하면 이 회사는 현재 기준으로 존재하는 고객과 시장이 없다. 경쟁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유사한 혹은 같은 물건을 어떻게든 빠르게 차별성 있게 만들 이유가 크지 않다. 사실 크지 않은 건 아니고 워낙 걸리는 시간과 실패 확률이 크다 보니 그런 리스크가 다 묻혀서 안 보이는 것이다. 즉 정말 이 조직이 경쟁력이 있거나 시장이 독점 수준이어서 도전의 필요성이 없는 것이 아니고 위에서 말한 장시간과 높은 실패 확률로 인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조직이 정체되어 있는 것도 이유다.
조직이 역동적이어야 언더독의 반란 같은 변화와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와 열정이 생길 텐데, 조직이 정체되고 외부의 자극 또한 작으니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상적이 게는 셀프 자극을 줘야 하지만, 마치 지금의 장년층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로 현재를 판단하듯이, 회사 초창기의 온정적인 문화가 그런 역동성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이런 작은 오너기업들이 대부분 그렇듯, 가신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들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추종 세력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변화에 완강히 저항하고 "실패 경험주의"(그건 내가 해봤는데, 안돼)와 냉소주의로 변화와 혁신의 기운을 가로막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전 부회장의 저서 '초격차'에서 언급했듯이, 기존 기득권 세력에게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변화와 혁신을 하려면 일시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그것을 혁신의 대가로 생각하고 기득권 세력을 과감히 조직에서 결별시켜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이 조직뿐만 아니라, 점프업 하고 싶은 기업들이 기억해야 할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