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는 마땅히 짊어지는 혹은 책임지는 자입니다. 약간의 소명 의식이 느껴지는 해석이네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소명이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니 단순히 밥벌이처럼 본인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반강제적인 행위가 아닌, 자신의 가치와 신념 수준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자진하여 수행하는 행위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담당자를 많이 언급하게 됩니다. 주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담당자를 찾는 경우가 많아서일까요?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인간과 직장인 본성의 발로일까요? 저 포함 사람들은 담당자라는 말에 태생적인 부담감과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회피하고 꺼려하는 담당자를 왜 조직은 꼭 정하려 하는 걸까요? 무엇이 담당자와 비담당자의 차이를 가르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차이는 결국 기억력과 의지 그리고 보람(성과에 대한 보상)의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담당자의 기억력은 담당자 자질의 기본입니다.
기억을 해야 그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겐 기억보다 더 강력한 망각 기능이 있습니다. 기억력이란 말은 있어도 망각력이라는 말은 못 들어본 걸 보니 망각은 능력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기능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기억보다는 망각하기가 쉽다는 의미겠지요.
인간의 여러 장기나 기능들이 대부분 인간의 생존을 위해 생기고 진화해 온 것처럼, 망각도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기능이며, 잊는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더구나 담당의 대상이 어렵기도 하고 자기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자기 보호를 위해 잊으려 할 겁니다. 그러니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는 건 분명 담당자로서 중요한 의무이자 역량입니다.
두 번째는 의지, 좀 더 구체적으로 꼭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입니다.
매듭은 마디의 경기, 전남 지역의 방언이라고 합니다. 제가 해석하고 인지하는 매듭의 의미는 끝(finish), 마무리, 성공 or 실패, 긴 프로세스 중간의 구분점(마디)입니다. 모든 임무에서 성공을 거둘 수는 없지만, 매듭은 지을 수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상대나 시장과 같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매듭은 그보다는 개인의 의지와 실행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운명을 건 전투에서 패배하여 퇴각하는 장수에게도 최소한의 전력 손실을 꾀하면서 퇴각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것처럼 매듭은 꼭 승리와 성공과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거나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목표 수립의 원칙으로 많이 언급하는 것이 SMART입니다. 그 다섯 가지 원칙 중에도 납기를 정해야 하는 시간의 제한은 필수적으로 포함됩니다. 회사 업무에서 회계 연도나 납기뿐만 아니라, 유한한 인생에서도 납기, 목표 시간은 필수 불가결하고 그 납기를 측정하고 확인하기 위해서도 매듭, 마디는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보람(성과에 대한 보상)에 대한 기대입니다.
개인적으로 공동 책임은 무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원 다섯 명이 똑같이 1/n로 책임을 5 분할한다면 일을 시작할 때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것 같으나, 조직 내 일이라는 것이 피자 조각 나누듯이 정확히 나누는 것은 경험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즉, 한쪽으로 치우쳐지게 마련이죠.
그런데 이런 현상이 사실 대부분의 평가와 보상 현장에서 벌어집니다. 일례로 성과 평가와 보상 시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을 것 같은 영업 부문의 예를 들어보면, 영업 실적 평가는 숫자로 표현되어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담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주액, 매출, 이익 등 숫자 지표 뒤에도 숫자로 표현 안 되는 여러 가지 불공정한 사항이 있습니다. 가령 영업구역을 나눌 때 서울과 지방이나 혹은 상권 활성화 유무 등 완전히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공정한 룰이나 분배는 불가능합니다.
그럼 이렇게 불가능한 완전한 공정성을 지향하는 것보다는 불공정의 현실을 인정하고, 조금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지는 담당자 지정을 통해서 업무의 동력의 역할을 확보하는 건 어떨까요?
사람은 유무형의 이익이 있어야 동기가 생기고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물론 그 보상은 흔히 떠오르는 돈과 같은 유형의 보상부터 인정, 칭찬, 욕구 충족 등 무형의 보상 등 다양한 형태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