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책임과 상식이다
인사는 조직 내 모든 현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연결이 명확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보이지 않거나 시차를 가지고 그 연결 관계가 보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조직 내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보내는 사소한 이메일도 때에 따라서는 나의 발목을 잡거나 나의 숨통을 죄어오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하물며 고위 임원의 판단 하나, 언행 하나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어느 조직이 있습니다. 맨 꼭대기부터 책임은 안 지고 권한만 행사하려고 합니다. 물론 어디나 인간의 속성상 그런 성향들이 있지만, 여긴 그 정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공적인 의사결정, 조직, 인력운영에까지 적용한다는 것이 큰 차이이자 위험입니다.
조직에 신기한 룰이 있습니다. 고위 경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는 회사 그룹웨어 이메일로 보내지 말고 개인 이메일로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얘길 첨 들었을 땐 회사와 개인 이메일을 따로따로 확인하려면 번거로워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나중에 이메일이 자신의 배임과 책임의 증거로서 남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그렇게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는 수준이 아닌 이런 이중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서 무책임하기에 더욱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것입니다.
서두에 모든 조직 내 행위엔 책임이 뒤따른다고 했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는 조직이면 모르겠으나, 무슨 일이라도 하는 조직이라면 책임은 사람이 먹으면 배설해야 하는 것처럼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결과물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고위 임원이 더 많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건 상식일 테고요. 그런데 만약 고위 임원들이 그 책임을 안 지고 회피한다면 어찌 될까요? 그 책임은 누군가 지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책임은 팀워크이나 권한 위임처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동기 차원에서도 내가 하지 않은 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발성이 결여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일 테고요.
대부분 이런 책임 회피에 의한 책임의 전가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마련이고 이는 그 책임을 지게 된 하위자에겐 버겁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최악의 경우엔 단순히 책임만을 넘기고 업무를 진행하면 다행이고 마침 그 업무가 순항하여 성과를 낸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만, 그런 선순환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에 사람은 쉽게 몰입하지 않을 테니까요.
조직 내 업무를 다년간 해오며, 업무가 쉬웠던 적도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 언제 쉬웠던가 반추해보면 그 경우엔 대부분 상식에 맞게 업무를 수했을 때 쉬웠던 것 같습니다.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는 것은 그럴 수 있게 조직에서 조직을 만들고 부적합한 사람을 앉혔기 때문입니다. 그런 비 상식적인 인사에는 당연히 비공식적이고 음습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게 마련이고요, 그런 손의 특성상 백 퍼센트 비상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음습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극히 정상적이고 공식적인 구성원들이 비난받고 제거당하는 일이 수반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그 어디에도 조직의 이익이나 구성원들의 안녕과 행복은 자리하지 않는 비극이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