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율 90%가 주는 비극

축제가 아니고 비극의 시작

by Phd choi 최우수

바야흐로 연말연시는 조직 내 인사팀이 가장 바쁜 시기다. 평가, 승진,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는 인사 핵심 업무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시기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단연 승진이다. 평가는 등급이 여러 개니 아무래도 그 영향이 분산되기 마련이고 임금인상 또한 워낙 감안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서 생계와 직결되긴 하지만, 약간은 거대 담론으로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승진은 다르다. 각 개인별로 승진이 되고 안되고의 결과가 명확하고, 그로 인한 개인의 희비 또한 극명하고 크다.

이렇게 중요하고 관심이 많은 승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진율이다. 즉, 대상자 중 몇 명이나 승진이 되느냐이다.

개인적인 대기업 시절의 승진율의 기억으로는 주임이든 대리든 그 너머의 과장, 차장이든 50%를 넘는 걸 거의 보질 못했다. 승진율도 매년 조직의 경영 성과와 대상자의 수, 경영 방침에 따라 승진율 또한 들쑥날쑥했었다. 개인 경험을 하나 떠올려 보면, 과장 진급에서 한번 탈락을 맛봤는데, 탈락했을 때 승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40%를 넘겼던 반면에, 불과 일 년 후 늦깎이 과장이 될 때의 승진율은 역대 최저인 20% 초반을 기록했었다. 이렇게 승진율은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지만 회사의 인사와 인력운영의 방향성과 전략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몸담고 있는 중견기업에서조차도 승진율이 비율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게 거의 100%에 육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솔직히는 100% 다 승진시키는데 정말 부적합한 사람만 제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승진율이 100%에 육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평가의 의미와 목적이 없어진다.

평가는 왜 하는가? 공(功)과 과(過)를 따져서 잘한 사람은 상을 줘서 더 잘하게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분발하여 잘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명확한 평가는 신상필벌의 기반이 되어 조직과 리더들이 구성원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승진 심사 현장에서 공공연히 리더의 평가 결과를 리더의 부족함과 잘못된 판단으로 치부하고 저성과자를 승진시키기 급급하다면, 당사자와 그 내용을 알게 된 조직원들은 리더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예전 같은 조직 우위의 시대는 지나고 정당한 일을 지시하면서도 부탁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정당한 업무 진행마저 어렵게 될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동기, 역량, 성과는 모두 하향평준화될 것이다.

더 잘해서 얻을 것도 없고, 열심히 안 해도 때 되면 다 승진시켜 주는데 왜 열심히 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회사의 실적이 모든 직원들을 승진시켜줄 만큼 엄청난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아니 엄청난 성과를 내도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필요하다. 미래의 핵심인력을 확인하고 양성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바보가 될 것이고, 이 조직은 잠깐 편히 머물다 가는 터미널로 전락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역삼각형의 인력 구조가 될 것이다.

마치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서 노령 인구 한명을 부양해야 하는 생산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일이 조직 내에서 벌어질 것이다.

* 노인 한명을 부양하는 생산인구 추이: 7.4명(2007)-6.2명(2016)-4.5명(2022)-2.7명(2032)

즉, 간부급 이상의 관리직은 많아졌는데 그 일을 받아서 수행 할 사원급 인원들이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사업이 확장 일로일 때는 이를 사업 확장을 통한 채용 확대로 만회했지만, 최근의 불경기와 인력 효율화등의 트렌드를 보건대, 과거와 같은 확장을 통한 인력 충원은 이젠 더 이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채용하려고 해도 채용할 수가 없다, 세계 최저의 출생률 국가의 당연한 운명이다.


결국 역삼각형 인력 구조에서 사원급 직원들은 오래 재직하지 못하고 이직 욕구가 강해질 것이고, 상위 직급자들은 점점 채용 시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니 좀 적게 받더라도 현재 회사에서 버틸 때까지 버티는 것이 유리하게 될 것이다. 결국엔 점점 조직 내 인력의 역동성은 저하되고 조직은 인건비는 높아지고 늙어 갈 것이다.


승진율 90%는 축제가 아니고 재앙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