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I 대박 투자, 밥값 몇천 원의 마법
사무실이 판교다.
판교의 이미지는 IT, 바이오 등 요즘 핫한 업종들이 밀집해 있고, 8시를 전후로 해서 판교역에 가보면 오가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이 30대 이하로 짐작될 정도로 젊은 지역이다.
그 판교역에서 나오면 바로 옆에, 오픈 때부터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던 '카카오아지트'가 있다.
이름부터 힙(Hip) 한 것이 본사, 사무실, 캠퍼스를 넘어 사옥의 이름을 '아지트'라고 부르다니...
뭔가 IT기업다운 유연성, 모바일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건물 이름뿐만 아니라,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여타 다른 기업들 사옥 1층의 안내데스크-안내보다는 낯선 사람을 감시하는 듯한- 혹은 제품 디스플레이 대신 하루에도 수시로 만나게 되는 카카오의 캐릭터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이런 카카오아지트에 때마침 점심시간에 볼일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
요즘 IT기업들이 너도나도 사내복지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그중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먹는 것' 즉 사내식당이다.
삼시세끼 무료와 다양한 메뉴는 기본이고, 단체급식이라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직원들의 건강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어제도 눈에 띄는 메뉴는 요즘 이서진 등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서진이네 식당에 나오는 메뉴(김떡순)를 이름까지 모방한 메뉴가 올라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많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그들은 식당 앞 전광판 가득 채운 다양한 메뉴 앞에서 연신 메뉴 선택의 고민을 하며, 즉석 내기 등 점심을 놓고 또 하나의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소통 촉진한다고 별도 이벤트를 만드는 것보다 식당 하나 잘 만들어 놓으니 맛있는 음식 먹어서 좋고, 소통도 이뤄지고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우린 가끔 자조 섞인 말로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같은 말을 한다, 또 하루 24시간 중 세 번이나 매일 반복하는 일은 생리현상 외에는 밥 먹는 게 유일할 것이다. 또 '한 끼 때운다'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삼시세끼 챙겨 먹는 방법과 가치도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다양한 양태를 보이지만, 결국 먹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가성비, 효용성, 효율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구성원들의 가심비를 따져야 하는 복리후생에서 식당은 정말 중요하다.
(개인 간에도 오랜만에 보거나, 뭔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밥 한번 먹자'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그 반대로 구성원들의 밥을 그저 한 끼 때우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조직이 있다.
(너무 영세한 기업을 상상하지 마라, 매출이 조 단위인 회사다, 직원수도 수천 명이고 업력도 30년이 넘었다.)
그래서, 최근 본사식당의 재계약 시점이 도래했는데, 그간 수년동안 운영하던 대기업 계열 급식사가 '그 조건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며 재계약을 사뿐히 고사했고, 다른 대기업 계열 급식사도 역시나 입질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중소기업 수준의 급식사와 재계약했다.
새로 계약한 급식 회사는 중소 수준으로 판교지역에서도 단가가 낮아서 대기업 계열 급식사들이 포기한 식당들을 중저가의 단가로 어필하여 '줍줍'하는 회사로 나도 익히 알고 있다.
위에 얘기한 트렌디하게 '서진이네'의 메뉴를 벤치마킹하거나 한꺼번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곳이다.
즉, 식당 만족도의 폭락과 구성원들의 원성이 눈에 선하다.
물론 카카오가 이 조직보다 몇 배 매출도 크고 이익도 많은 회사일 것이다.
(복지는 매출순이 아니다, https://brunch.co.kr/@alwaystart/108)
하지만, 카카오아지트의 구내식당과 줍줍케이터링의 단가 차이는 불과 몇천 원에 불과하다.
그 몇천 원만 투자하면 직원들의 건강도 챙기고, 회사에 대한 고마움과 긍지가 올라서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여 근무하고, 장기근속도 늘어날 것이고, 채용도 잘될 것이며 등등 그 순작용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식당 앞 맛있는 메뉴 앞에서 부서원과 행복한 고민을 하며 나누는 수다는 또 어떤가?
뭐 하러 소통한다고 별도의 이벤트를 만들고 바쁜 구성원들을 억지로 동원한단 말인가?
그리고 나같이 사외 사람들이 지금처럼 회사에 대한 찬양글과 더불어 무료 홍보 대행도 해준다.
ROI 대박의 투자가 바로 여기 매일 하루 세번 벌어진다.
밥값 몇천 원 속 매직이 여기 있다.